김연아의 은퇴 이후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국제 시니어 무대는 물론 주니어 무대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는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고,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 안방에서 치러지는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나이 어린 유망주들이 간간이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당장 평창에서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 피겨 유망주 차준환이 이와 같은 한국 피겨의 위기를 구원할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차준환은 7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의 에너기페어분트 아레나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6-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최종 7차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TES) 70.86점, 예술점수(PCS) 72.86점, 합계143.72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76.82점)를 포함한 총점에서 220.54점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획득한 콘라드 오젤(캐나다·190.30)이나 동메달을 차지한 스모토 미츠카(일본·195.74)를 25점 이상 제친 완승이었다.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 선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지난달 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총점 239.47점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차준환은 이로써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ISU 주니어 그랑프리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뤘다.

차준환은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을 통해 "오늘 경기에 앞서 사실은 오른쪽 다리에 부상이 있었다"며"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준환이 프리 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가 수차례 나왔던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던 셈.

갤럭시아SM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차준환의 부상에 대해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두 차례 시도하려고 연습해왔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무리가 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른쪽 고관절부터 발목까지 통증이 생겨 걱정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또 지난 2014년 이준형에 이어 한국 남자 선수로는 두 번째로 연말에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상위 6명의 선수만이 출전하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차준환은 전제 2위로 진출했다. 금메달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차준환의 성적은 순위도 순위지만 점수 면에서 큰 희망을 품게 한다.

차준환이 8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치러진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갤럭시아SM 제공=연합뉴스]

차준환이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3차 대회에서 작성한 쇼트 프로그램 점수(79.34점)와 프리 스케이팅 점수(160.13점), 그리고 총점(239.47점)은 한국 남자 피겨 역대 최고 점수이고, 특히 총점은 김진서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선수 ISU 공인 역대 최고점(207.34점)을 훌쩍 뛰어넘은 점수일뿐만 아니라 일본의 우노 쇼마의 종전ISU 역대 주니어 최고점(238.27점)까지 경신한 신기록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차준환이 거둔 이와 같은 성적이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 데뷔 시즌에 이뤄진 것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니어 그랑프리2회 우승을 데뷔 시즌에 이룬 것은 김연아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김연아는 주니어 첫 시즌인 2004-2005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차지하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다음 시즌인 2005-2006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과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차춘환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인연은 수많은 그랑프리 대회와 세계선수권, 그리고 궁극의 목표였던 올림픽 우승을 이뤄낸 환상의 인연이었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이 결별하는 과정에서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때문에 국내 피겨 팬들에게 브라이언 오서라는 이름은 애증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그 오서 코치가 차준환 곁에 있었다. 현재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는 코치가 다름 아닌 브라이온 오서 코치다. 차준환에게 ‘필살기’인 쿼드러플 살코를 장착시켜 데뷔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역대 최고점 경신과 그랑프리 2개 대회 우승, 그리고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실현시킨 장본인이 바로 오서 코치였던 것.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낸 하뉴 유즈루(일본),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가 모두 오서 코치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오서 코치는 지난여름 한 인터뷰에서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를 꾸준히 잘 연습하고 있고 후속 점프로 트리플 토루프를 넣는 훈련도 하고 있다"며 "그는 쿼드러플 점프를 잘하는 지도자들과 연습하고 있다. 습득력이 매우 빠르다"고 칭찬한 바 있다.

과거 오서 코치가 김연아와 어떤 사정과 과정으로 결별했건 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한국 피겨에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차준환의 배경에 오서 코치가 있다는 사실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 든든한 마음을 갖게 한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한국 피겨가 김연아에 이어 차준환을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