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추모행렬이 29일 저녁 서울광장에 다시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어둠 짙어질수록 촛불도 늘어나고

“민주주의의 희망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눠 주십시오. 저 하늘에서도 남은 우리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찾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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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추모행렬이 29일 저녁 서울광장에 다시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9일 밤 9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봉하마을로 가는 동안 서울광장에 남은 시민들은 촛불과 함께 그를 배웅하고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서울광장을 채운 촛불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녁 7시20분에 시작된 추모 촛불문화제는 노 전 대통령 추모영상과 ‘상록수’ ‘사랑으로’ ‘아침이슬’ 합창, 그리고 시민들의 추모자유발언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창현(56)씨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그는 자신을 월 110만원밖에 벌지 못하는 주유소 직원이라고 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장한테 ‘봉하마을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장한테 다시 연락 왔습니다. ‘당신 정말 대단하다, 내일부터 다시 나와라’라고. 여러분, 저 주유소에서 110만원 벌어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용기 있게 살아갑시다. 노 대통령이 그랬듯이….”

지하철 3호선에서 일하고 있는 조태현 기관사는 “지난 1989년 노동쟁의법 위반으로 여의도 국회에 찾아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내게 닭발 안주와 소주를 사주셨다”며 “그 생각을 하면서 유명한 시인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시를 지어왔다”고 했다.

“… 다시 이 땅에 어둠이 오면 분노의 불똥을 안고 봉화산 산마루에 서겠지. 부엉부엉 바보 노무현. 부엉부엉 바보 노무현.”

용산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림씨의 며느리 정영신(38)씨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오늘조차도 용산의 용역들은 농성장을 침탈해 문정현 신부님과 다른 이들이 다쳤다”며 “이제 용산에서는 촛불조차 밝힐 수 없다”고 슬퍼했다. 그는 “오랜만에 촛불을 만나니 가슴이 따뜻해진다”며 “용산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 2년 동안 충분히 봤다…이제 평가하게 해달라”

▲ 29일 저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부터 태평로에 이르는 길에 다시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하교를 한 고등학생도 아스팔트 길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동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과 각자 삶의 고달픔을 넘어 옹골찬 각오를 밝히는 이들도 많았다.

고려대학생 박상한씨는 “서거 이후 광주학살을 저지르고 29만원으로도 몇 년 이상 잘 지내는 전 대통령도 살아있고, 경제 살리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경제 말아먹은 대통령도 잘 있는데 왜 노 전 대통령이 죽어야 했는지, 이 땅에 정의와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니 분노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더 이상 촛불과 민중의 피는 아니라 저 정치꾼과 기득권의 피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나올 만한 역사적 시기다. 역사적 시기엔 민중이 ‘역사적’으로 살아 역사의 진보를 이뤄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 나태함과 비겁함을 벗고 살겠다.”

이름은 밝힐 수 없다며 ‘수원시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여성은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여기 계신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초등학생도 진단평가를 받고 대학교 교수도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다. 우리 이명박 대통령 2년 동안 충분히 봐왔다. 평가할 때가 왔다. 이처럼 국민들을 많이 모아놓았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당장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해 달라.”

한편, 덕수궁 시민분향소에서는 계속 분향이 이뤄지고 있다. 광화문 방향 쪽으론 50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분향을 기다리고 있다.

광화문 방향 차도에도 여전히 1천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차도 위에서 컵라면 등으로 요기를 해결하거나 캔맥주를 마시면서 시국토론을 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프레스센터 앞 차도에 일렬로 대기 중이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이 29일 저녁 서울광장에 다시 모여 추모영상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이 29일 저녁 태평로에 다시 모여 추모 촛불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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