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울 한복판 큰길 곳곳엔 ‘정식제복’ 차림의 직업 경찰들이 배치되어 경복궁 주변의 교통과 추모객들을 통제했다. 5월 막바지의 노란빛 풍선, 노란빛 모자와 어우러진 그들의 복장은 나름 괜찮아 보였었다.

경찰은 추모객들과 얘기도 나누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 행렬이 어느 경로로 몇시몇분 쯤 어떻게 이동하게 되는지 시골에서 막 상경한 노인 분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슬프고 엄숙한 가운데 경찰 역시 고인의 마지막 서울 나들이를 차분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2시30분경.

운구차 행렬은 서울시청 앞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의 눈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식당을 찾아가거나 시내 근처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거나 하늘나라로 가시는 ‘따스했던 님’을 뒤따라갔다.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 많았다.

불과 1시간 뒤 3시30분경.

임무가 끝났고 나름 산뜻한 제복의 경찰들은 해산을 준비했다. 아니 같은 팀 후배 선수들에게 바통을 넘기고 있었다.

슬픈 노란색의 물결이 서울역 등지로 빠져나간 자리엔 어느새 시커먼 색의 전경들이 하나 둘 모여든 것이다.

▲ ⓒ미디어스
길바닥에 모여앉아 님을 추억하는 사람들, 노래하는 사람들, 그리고 트럭에 걸린 소박한 님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담는 사람들.

사람들은 님에 대한 송구스러움에 광장과 거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고방송과 채증을 위한 경찰의 방송·조명차가 등장했고 거리는 스산해졌다. 여기저기서 전경들이 오전의 침묵을 박차고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올 것이 왔기에 사람들은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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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40분경 광화문 네거리 구석지에 대기하던 여경들도 서울광장 쪽을 향해갔다.

운구차가 서울에 도착하기 전인 10시30분경,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 경복궁 근처로 가려는 추모객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면 그제서야 한두 명씩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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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차 행렬이 지나간 뒤 전경이 투입되는 장면. 지난 1년간의 이명박 정권이 가르쳐준 학습효과를 대입시키면 이는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잠시 빌려준 것일 뿐. 영구차 놓고 티격태격할 수도 없고 외국에서 지켜보는 눈들도 많고 해서. 암튼 착각하지 마라. 광장은 너희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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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는 딱 정해진 시간 한도 내에서 해라.’

경찰은 밤 10시30분 현재 서울광장, 광화문, 세종로, 태평로 등지에서 촛불을 든 추모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경고방송도 시작했다.

님이 서거하신 지난 23일부터 국민장이 치러지는 6일 동안 단 한 번도 내어주지 않은, 닭장차로 삥 두른 서울광장을 오늘 잠깐 열어줬으나 다시 사수하여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님을 지키지 못한 죄송함에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나 누구는 광장의 소유권이 님의 사람들에게 있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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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고향에 잠시 머물다가 한 달 전 강남에 불려가셨고, 오늘은 당신의 사람들한테 마지막 인사 전하러 서울에 들르셨다. 그리고 가셨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과 슬픈 인연을 맺고 한줌의 재가 되어 가셨다. 이젠 속된 정치판 다 잊고 부디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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