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여름, 다시 광장이 물들기 시작했다. 추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경찰이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가서 이명박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받았다. 아주 익숙한 그러나 어제까지는 몹시 낯설던 풍경의 귀환이었다. 서울광장 마당에서 쩌렁한 앰프가 울려 퍼지자, 반나절 만에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구도는 1년 전보다 훨씬 간결해졌다. ‘노짱 vs MB’, ‘민주 vs 독재’였다.

▲ 추모제가 채 끝나기도 전부터 거리를 통제했던 경찰이 진압복을 입은 채 도열해 앉아있다. ⓒ 미디어스

▲ 시민들이 광장에 앉아 추모제를 기다리는 풍경. 한결같이 신문을 펼쳐든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침몰하는 신문에게도 희망이 있다면 바로 이런 장면에 근거할 것이다. 광장에서 읽히는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뿐이다. ⓒ 미디어스

▲ 언론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무가지가 놓이는 진열대가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올려놓는 용도로 재활용됐다. ⓒ 미디어스

▲ 어느 시민이 자발적으로 '오늘은 철야입니다' 팻말을 들고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 미디어스

▲ 작년 촛불을 통해 조선일보를 지키는 일이 중요한 공권력의 임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경찰은 조선일보 앞쪽을 철통같이 지켰다. 멀리 조선일보 건물이 보인다. ⓒ 미디어스

▲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노란풍선 무더기 사이로 전경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진압복 무리들이 한가롭다. 시위 진압을 목적으로 새로 창설된 기동타격대로 보인다. ⓒ 미디어스

▲ 대통령의 서거를 기리던 길가로 전경이 그 추모객과 맞서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경들이 이동할 때 무리지어 고함만 지르지 않아도 상황은 훨씬 덜 자극될 것이다. ⓒ 미디어스

▲ 꽃으로 장식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전경 무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 경찰은 정권 수호의 방패막이로 전락했지만, 한때 그는 경찰권에게 (수사권) 독립을 주려 했었다. ⓒ 미디어스

▲ 만장을 내려놓지 말라, 그깟 무게가 무겁냐고 울부짖던 어느 시민은 시대를 모두 짊어지고 간 사람에게 예를 다하자고 절규했다. ⓒ 미디어스

▲ 더 특별한 값을 지닌 죽음은 없다. 기억해야 할 죽음이 더 남아있는 힘겨운 시대를 살고 있다. ⓒ 미디어스

▲ 촛불 이후 아직 끝나지 않은 보복이 채증에서 시작됐듯, 이 추모 이후 시작될 보복 역시 채증에서 시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휴대용 채증 장비는 참 작고 좋아보였다. ⓒ 미디어스

▲ 프레스센터 앞에서 경찰과 추모객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오와 열을 잘 맞춘 훈련된 질서는 그 자체로 공포스럽고, 도열한 검은 안전모의 모습은 SF영화에 나오는 디스토피아 군대 같았다. ⓒ 미디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재를 택함으로서 존재를 가장 극적으로 전환해냈다. 그리곤 지금 현실에 부재한 것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제, 그 싸움이 시작됐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대결,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 부재한 상황에 대한 싸움 말이다. 촛불 두 번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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