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위원장 김세의)의 행보와 위원장이 보여주는 행태가 언론사 노조 및 언론인으로서의 처신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MBC 상암동 사옥의 모습ⓒ미디어스

MBC노동조합, 사측과 맺은 단체협약 결과 공개 안해

MBC는 언론노조 MBC본부에 타임오프 기간 경과를 통보한 후 작년 12월 3개의 복수노조(언론노조 MBC본부·공정방송노동조합·MBC노동조합)가 합의를 통해 교섭대표 노조를 선정하지 못하자 교섭대표 노조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언론노조 MBC본부 전임자 전원(5명)을 상대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는 한편, 각 노조 별로 임단협 개별교섭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MBC노동조합은 올 8월9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사측은 단체협약 체결 관련 “2013년부터 지속된 무단협 상황에서 3년 만에 타개됐다”면서 “노사화합시대를 열어 상생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타결했다는 단체협약 실 내용은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조능희)는 “복리후생안은 알려졌지만, 공정방송조항이나 특별상여, 조합원 가입범위 등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회사와 MBC노동조합은 묵묵부답이다. 심지어 제3노조(MBC노동조합)원들도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확인한 바로는 고용노동부에 단체협약안도 신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2항에 따르면,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단체협약의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는 단체협약안의 내용이 현행 법령을 위배하지는 않는지 고용노동부에서 점검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초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MBC에 ‘단협 신고’를 촉구하는 공문을 회사와 MBC노동조합에 발송했다. 단체협약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원 이하 처분을 받는다.

6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MBC의 대주주, 관리·감독 기구) 정기이사회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이완기 이사는 “회사가 제3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안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사가 (단체협약)잘했다고 홍보까지 했는데, 왜 공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사무처에서 다음 이사회 때까지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기금은 고갈 위기인데, 대학학자금 지원 증액 합의한 MBC노동조합

이외에도 MBC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사측과 대학학자금 지원한도를 현재 연간 500만원에서 연간 600만원으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학자금 지원을 늘린 것은 사원복지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지만, 사내근로복지기금(이하 기금)이 열악한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고갈위기에 처한 기금의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사측의 출연계획이 담보되지 않는 한 증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MBC본부에 따르면, 기금의 현황은 2011년말 399억, 2012년말 344억, 2013년말 340억, 2014년말 324억, 2015년말 259억으로 그 잔액이 계속해서 주는 추세다. 그럼에도 MBC노동조합은 사측과 대학학자금 지원한도를 증액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기금이 고갈될 지도 모른다”면서 기금 고갈 위기의 이유가 회사의 출연금이 기금의 지출액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기금의 재정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출연계획을 제시한다면 학자금 증액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사측이 이에 답변할 차례”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자 자격이 의심되는 MBC노동조합 김세의 위원장

이와 더불어 MBC노동조합의 위원장인 김세의 기자와 관련된 의혹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한 노보에서 뉴스테스크 복수의 리포트에 삽입된 익명의 음성 변조 인터뷰의 목소리가 동일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리포트를 만든 기자가 MBC노동조합 김세의 위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작 의혹이 제기된 <뉴스데스크> 리포트는 <애플 수리고객 불만 폭주, 서비스업체 불공정 약관 탓>(4월21일자)와 <납품업체는 봉?아직 못 고친 대형마트 ‘갑질’>(5월18일자) 기사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와 MBC기자협회가 이에 대해 해당 기자와 담당 부장, 보도국장에게 진상규명을 요청했지만 아직 사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최강욱 이사는 조작 의혹 관련 MBC감사가 내용을 확인해 방문진에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김세의 위원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 백남기의 죽음이 ‘안락사’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고 백씨의 딸 백민주화 씨의 ‘발리 체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MBC노동조합 김세의 위원장의 페이스북 캡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 아버지가 급성신부전으로 위독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투석치료를 하지 못했다. 바로 가족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아버지의 사망일시만 바뀔 뿐이라고. 결국 아버지는 급성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실상 아버지를 안락사 시킨 셈이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다. 모르고 간 것도 아니고사망 시기가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말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공산당 역할을 했던 배우 이범수의 말이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_ MBC노동조합 김세의 위원장 페이스북 글

이와 관련 고 백남기씨의 큰 딸 백도라지 씨는 5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민주화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이 돌아 망설이다가 말씀드립니다”라며 A4반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백도라지 씨에 따르면, 백민주화씨는 시댁형님 아이의 세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발리에 갔다. 그가 발리에 머물던 중 25일 백남기씨가 돌아가셨고, 27일 백민주화씨와 남편, 시부모님까지 함께 한국으로 왔다.

백도라지 씨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그만 두기 바란다”며 “저희들은 이미 충분히 아프고 슬프다.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세의 위원장의 아버지 김영수씨(81)는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원내 친위부대 기능을 했던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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