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KBS가 소극적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사측 간부들이 인터뷰를 자제하고 ‘단순보도’를 지향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제작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KBS기자협회(회장 민필규)가 지난 27일 발표한 <또 다시 KBS뉴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셈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보도본부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를 했다.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라고 폭로한 데 이어 두번째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KBS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KBS 고대영 보도국장측은 ‘정당한 업무지시’였다는 입장이다.

KBS 라디오PD들은 28일 <KBS 매국노에게 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사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발생한 지난 주말, 서거 아이템과 관련해 1라디오 제작진에게 관련자 인터뷰는 자제하고 단순보도를 지향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긴급 편성이나 특집기획 없이 일상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라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첫 출근길인 지난 월요일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선 1부에 해외 통신원 연결, 2부에 봉화마을 현장 기자 리포트가 서거 관련 내용의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은 월요일 정오 이후 북핵 실험 보도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북핵 실험으로 이후 모든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올인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1라디오의 거점 프로그램의 하나인 ‘열린토론’에서는 월요일 이후 오늘까지 북핵과 PSI 등 대북관련 주제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론의 방향이 심상치 않자 사측은 소심하게 서거 관련 아이템을 다루는 척 하면서도, 내용은 상관없이 횟수 채우기에 급급한 교활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가 28일 ‘여기는 라디오 정보센터입니다’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관련 아이템을 다루면서 국민장 장례준비위원이 연사로 섭외됐으나, 연사자가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다는 이유로 취소시키는 과감성(?)을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장례기간 동안 매일 4시에 하는 국장 주재 1라디오 PD 아이템 회의는 그 자리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부사장까지 그대로 올라가서 방송의 지침을 받는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며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일조했다며 언론인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권력을 향한 보도지침, 방송지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측 간부들은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측에 대해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후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되물으며 “오늘 부로 우리들은 이병순 사장과 사측 간부들을 권력에 공영방송을 팔아넘긴 ‘KBS 매국노’로 선언한다. 우리들은 오늘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7시 10분 현재, 라디오측 간부들은 성명 등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성명 내용과 관련한 사측의 입장은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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