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마침내 가을야구에 나서게 되었다. 10개 팀이 된 후 5위까지 가을야구 참가가 확정되며 얻은 수확이다. 아직 남은 2경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5위로 확정된다면 불리한 조건에서 4위 팀과 승패를 가려야 한다. 물론 가을야구 진출이 내년 시즌 기아를 더욱 강력한 동기부여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기아, 삼성 극적으로 잡고 가을야구에 승선하다

기아가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8회 극적인 적시타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스로 일궈낸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차우찬과 지크가 선발로 나선 이번 경기는 무게감이 있었다.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삼성은 홈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기아 역시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만 했다. 8월 한 달 동안 최악의 투구를 했던 지크로서는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이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지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는 군에서 돌아온 안치홍과 김선빈을 키스톤 콤비로 내세웠다. 2루수와 유격수를 책임졌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기아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콤비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다. 이들이 얼마나 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가을야구의 성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기아의 몫이었다. 1회 시작과 함께 김선빈이 안타로 나간 후 삼성의 실책으로 3루까지 진출한 후 김주찬의 내야 땅볼로 손쉽게 선취점을 얻었다. 상대의 실책까지 합해 만들어진 선취점은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삼성은 4회 선두 타자였던 구자욱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진출하며 기회를 잡았다. 3회까지 3개의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안정적으로 투구를 하던 지크는 허탈해지는 상황이었다. 포수인 이홍구가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공을 놓치며 아웃을 잡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이승엽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어느 한 순간 흐름이 끊기면 묘한 상황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홍구의 이 아쉬운 수비 하나가 동점으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끊긴 흐름을 되찾기 위해 기아는 5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로 나선 김호령이 시원한 2루타를 쳐냈고 대타로 나선 이성우가 보내기 번트를 하며 1사 3루를 만들어냈다.

KIA 타이거즈 주장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수광이 볼넷으로 나간 후 양 팀은 하나의 작전에 집중했다. 기아는 시도했고 삼성은 막으려 최선을 다했다. 발이 빠른 두 주자가 나간 기아는 더블 스틸을 감행했다. 이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던 삼성은 선발 차우찬이 커트를 해서 바로 홈으로 송구를 했다.

공격과 수비가 완벽했던 이 승부의 결과는 김호령의 몫이었다. 발야구를 통해 역전에 성공한 기아에 맞서 삼성은 6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인 구자욱이 볼넷을 얻어나간 것이 중요했다. 4회 첫 득점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 시작이 되었듯, 6회 동점 역시 구자욱의 볼넷이 시작이었다.

볼넷을 내주자마자 기아 벤치는 호투하던 지크를 내렸다.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고 호투를 했었다는 점에서 너무 빠른 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심동섭을 내보내 최형우를 원포인트로 승부해 번트와 비슷한 3루 땅볼로 잡아내고 그 뒤는 윤석민의 몫이었다.

4회 적시타를 쳤던 이승엽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나성용을 1루 땅볼로 잡으며 2사 3루 상황이 되었다. 윤석민이라면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내 줄 것이라 믿었지만 이지영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시즌 11승을 기대했던 지크는 이 안타 하나로 승리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결승타를 기록한 나지완. [연합뉴스 자료사진]

긴박하게 흐르던 경기는 8회 기아 나지완의 적시타로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1사 후 김선빈과 김주찬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지완이 적시타를 쳐내며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9회 김주형의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뽑으며 기아는 삼성을 상대로 4-2로 승리하며 5년 만의 가을야구 입성을 확정지었다.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던 기아는 5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게 되었다.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이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것은 리빌딩 과정에서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아직 기아는 완벽한 팀이 아니다. 불안 요소가 투타 양쪽에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기아는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내년 시즌 올해보다 더 큰 기대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이번 경기에서 김기태 감독은 의외의 선택을 많이 했다. 잘 던지던 지크를 너무 빨리 교체했고, 필마저 뺐다. 필이 안타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핵심 타자라는 점에서 감독의 선택은 의외다. 그만큼 김 감독에게 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미세한 변화는 내년 시즌 계약과 관련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신인들이 경기에 나서며 가능성을 보였던 2016 시즌, 기아는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까지 얻어냈다. 기아가 어느 단계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아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을 통해 존재감을 보인 신인들이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결국 기아의 전성시대는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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