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가 1실점하며 경기를 홀로 막아냈다. 우천으로 경기가 밀리는 상황에서도 완벽한 모습으로 3연패 끝 승리를 만들어낸 헥터는 올 시즌 호랑이들의 에이스임이 분명하다. 3년 차 리더 이범호에게 만루는 가장 편안해지는 기회인 듯하다. 15개의 만루 홈런을 기록한 이범호는 결정적인 만루 상황에서 적시타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헥터의 1실점 완투승과 이범호의 역전타, 호랑이 가을 야구 간다

가을 야구를 하기 위해 기아 타이거즈는 남은 다섯 경기에서 3승 2패를 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자력으로 가을 야구를 가기 위해서는 이제 2승이 남았다. 다섯 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헥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고춧가루 부대로서 많은 팀들을 울리던 kt는 이번 경기에서도 호랑이 잡는 위즈가 될 뻔 했다. 헥터와 주권의 선발 대결에서는 헥터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주권은 인생 경기를 펼쳤다. 8회 연속 볼넷만 내주지 않았다면 누가 승리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역투하는 KIA 타이거즈의 헥터 노에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첫 득점은 기아의 몫이었다.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돌아온 2루수 안치홍이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안치홍과 함께 복귀한 김선빈이 번트로 1사 2루 상황을 만들고 3번 타자 김주찬이 적시타를 치며 모두가 예상한 득점 방식으로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기아의 공격은 여기까지였다. kt 주권이 실점을 한 후 안정을 찾으며 기아 타선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주권은 1회 실점 후 7회 2사 후 필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볼넷만 3개를 내주며 기아 타선을 막았다. 1점은 얻고 시작한 헥터는 이번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헥터는 경기를 즐기는 듯 보일 정도였다. 이런 헥터를 더욱 즐겁게 한 것은 기아 수비수들이 만든 세 개의 호수비가 함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회 1사 후 유민상의 툭 밀어 친 타구가 좌중간 코스로 향하는 완벽한 안타로 보였다.

KT 주권이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좌익수도 중견수도 잡는 게 쉽지 않은 그 공을 김주찬이 열심히 뛰다 날아서 포구하며 아웃을 잡아냈다. 말 그대로 날아서 완벽한 안타를 막아낸 김주찬의 이 수비 하나는 헥터에게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팀원들 모두 온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리그 최고의 내야수라 불리는 안치홍과 김선빈 역시 빠지지 않았다. 5회 kt 선두 타자인 하준호의 강한 타구는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타구였다. 불규칙 바운드를 이루며 빠르게 흘러가는 그 공을 제대로 포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안치홍에게는 너무 쉬운 듯 보였다. 빠르고 급하게 변하는 타구를 완벽하게 포구해서 아웃을 시키는 안치홍의 수비는 팬들이 기다린 이유를 잘 보여주었다.

6회에는 유격수 김선빈이 자신이 왜 기아의 유격수인지 증명해냈다. 2사 1루 상황에서 유한준의 강력한 타구는 튀어 오르며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타구 코스도 좋았고 마지막에 불규칙 바운드까지 일어나며 안타가 안 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 타구를 김선빈은 완벽하게 잡아 안정적으로 1루에 송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기아 야수들의 이런 호수비들은 헥터에게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타격감이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기아의 경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좀처럼 주권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던 기아는 8회 기회를 잡았다.

8회 선두타자인 노수광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잡았다. 기아는 포수 자리에 두 명의 대타 카드를 쓰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신종길과 김주형을 대타로 승부를 걸었지만 모두 허무하게 물러나며 기아 타선은 더욱 답답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복귀한 노수광의 선두 타자 볼넷은 중요했다.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KIA 5번타자 이범호가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사 1루 상황에서 기아의 피스톤 콤비는 안치홍과 김선빈이 범타로 물러나며 8회 기회도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김주찬이 볼넷을 얻어내고, 나지완까지 끈질긴 승부를 벌이며 볼넷으로 2사 만루로 이어지는 상황은 기회였다. 주권이 호투를 펼치기는 했지만 8회 기아의 핵심 타선을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선에 나선 것은 바로 이범호였다. 만루의 사나이 이범호를 힘이 빠진 주권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 kt는 급하게 로위를 올렸지만 이범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홈런을 대비하기 위해 낮게 깔리는 공으로 승부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정확하게 방망이에 공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범호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타점 적시타를 친 이범호로 인해 기아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헥터는 9이닝 동안 100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9탈삼진, 1사사구, 1실점, 1자책을 하며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헥터는 팀의 4연패를 막아내고 15승을 올린 헥터는 진정한 기아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KIA 5번타자 이범호가 역전 적시타를 쳐 3-1로 앞서가자 KIA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 주권은 7과 2/3이닝 동안 107개의 공으로 4피안타, 3탈삼진, 6사사구, 3실점, 3자책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지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주권은 이번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선발 투수로서 자질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단했다.

헥터의 1실점 완투에 이범호의 역전 적시타로 기아는 가을 야구 가능성을 높였다. 만약 헥터가 나선 이번 경기를 놓쳤다면 기아는 쫓길 수밖에 없었다.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시즌을 망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완투는 너무 소중했다. 헥터가 막고 이범호가 끝낸 이번 경기에서 기타 선수들이 얼마나 가을 야구를 간절하게 갈구하는지 잘 드러났다. 이제 2승만 더 올리면 기아는 자력으로 가을 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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