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예능으로 꼽히는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와 아들의 각기 다른 욕망을 대놓고 드러낸다. 아들이 어서 빨리 결혼하길 바라는 엄마와,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음을 통보하는 아들의 관찰카메라는 불편하면서도 이질적인 재미를 안겨 준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청률 10%를 넘긴 것도 결혼 문제로 갈등을 빚는 엄마와 아들의 동상이몽을 솔직하게 다루었다는 데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 출산, 육아를 포기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예전 부모 세대처럼 필수가 아니라 선택, 즉 또 다른 생존의 문제다. 이전에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반이라고 믿어졌던 결혼과 출산이, 요즘엔 불안한 미래를 가속화시키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연예인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덕분에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는 <미운 우리 새끼> 아들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 새끼> 아들들이 싱글을 고집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김건모처럼 취미 생활이 다양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삶이 좋아서 결혼이 늦어진 경우도 있겠고, 박수홍의 경우에는 지난날 부모님과 전 여자친구와의 갈등에서 받은 상처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결혼 자체를 부정한다.

결혼 안 하는 아들 때문에 속이 타는 엄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아들 모두 지금으로서는 딱히 결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30일 방송에서 지상렬, 김종민과 함께 소개팅에 나가는 김건모의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지만, 김건모 엄마가 그토록 원하는 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 틈만 나면 클럽으로 향하는 박수홍은 자신의 꿈은 이대로 나이 들어 실버타운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토로한다. 김건모, 박수홍보다는 한참 어리지만 이들 또한 40에 가까워지고 있는 허지웅과 토니안 역시 결혼이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주 깨끗하거나(허지웅) 아주 지저분하거나(토니안) 외에 <미운 우리 새끼>와 동시간대 방영하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싱글남들의 일상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그래서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아들 결혼시키겠다는 엄마들의 의지가 강한 김건모와 박수홍에게 대부분의 관심이 쏠린다. 심지어 <미운 우리 새끼>의 연출을 맡고 있는 곽승영PD는 김건모 엄마에게 김건모의 결혼을 프로그램 출연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들의 이런 의지가 강해질수록, 자신들의 의지를 엄마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들의 소심한 반항이 더욱 두드러진다.

부모님이 고생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부모님 호강시켜드리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효성스럽지만, 정작 부모님이 간절히 원하는 결혼은 하지 않는 박수홍의 결혼관은 결연하면서도 단호하다. 친구들과 모일 때마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늘어놓는 박수홍의 모습은, 오매불망 아들의 결혼을 고대하는 그의 엄마와 대비되면서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기승전 ’결혼’으로 끝나버리는 엄마들의 의지가 돋보이긴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자식을 결혼시키는 데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미운 우리 새끼>가 원하는 그림은 결혼에 대한 엄마와 아들의 동상이몽인 듯하다. 그러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와 아들이 결혼을 두고 직접적으로 옥신각신하는 장면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부모님을 걱정하면서도 자신만의 싱글라이프를 고수하려는 효성스러운 아들(박수홍, 허지웅)의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미운 우리 새끼> 엄마들은 아들의 결혼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들 상당수는 알고 있다. 혼자서도 잘살고 있는 이들의 결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적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 없는 이들의 결혼은 그들의 엄마들만 가지는 심각한 고민일 뿐, 결혼하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결혼을 포기한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것이 아니라, 결혼은 그저 ‘선택’의 문제인 연예인들의 싱글라이프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한숨과 푸념은 철저히 예능적인 웃음과 볼거리로 치환된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제기된 ‘비혼’을 전면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가볍게 예능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럼에도 요즘 가장 뜨거운 예능으로 자리잡은 <미운 우리 새끼>의 성공이 놀라우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하고 직결된 현실 문제이지만 마치 나하고 전혀 관련 없는 것처럼 바라보게 되는 예능. 여러모로 재미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미운 우리 새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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