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이다. 시시각각 시간은 흘러가고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을 가슴에 안은 형국이다. 여야 원내 사령탑들이 최근 교체됐다. 민주당 이강래 의원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으로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들에게 묻는다. 6월의 미디어법이 정국의 뇌관이요 시한폭탄인데, 어찌 할 것인지를.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여의도통신

이강래 원내대표는 온 몸을 다 바쳐 막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표결처리해야 한다고 강경입장이다. 지금 쟁점은 지난 2차 입법전쟁 이후 여야간의 합의 사항인 ‘여론수렴 절차 후 표결 처리한다’에서 민주당은 ‘여론수렴 절차’에 강조점을, 한나라당은 ‘표결처리’에 방점을 찍는다.

여론수렴 절차라는 전제조건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 100일 활동’과 더불어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데 지금 미디어위 한나라당 추천위원 일부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여론조사 문제는 더 이상 미디어위의 문제가 아니라 표결처리 전제조건의 이행문제가 되고 있다.

한데 전제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해명이나 설명 없이 한나라당은 표결처리 강행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전제조건에 대한 충분한 실행을 요구하고 있으니, 결국은 힘 싸움만 남겨두고 있는 형국이다. 미디어위가 그 어떤 역할을 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데 너무나 궁금한 것이 있다. 근본적인 의문이었고, 거의 6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지난해 12월 나경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가 발의한 언론관계법의 핵심은 방송법 신문법 인터넷관련법 개정안이다. 뭔가 바꾸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개정’인데, 그 개정의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채 미디어위가 가동되고 있고,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을 하고 서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을 ‘일자리창출법, 경제살리법’이기 때문에 사안이 긴급하다며, 발의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국회 통과를 시도했다. 그것도 ‘입법전쟁’이라는 명명하에 두 차례나 연말연시 정국을 파국으로 몰았다. 그런데 2차에 걸친 입법전쟁이 무위로 끝나자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이 ‘공영방송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법도 아니고 경제살리법도 아니다’고 발언한다. 그럼 뭔가.

4·29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한나라당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은 6월 미디어법 통과에 당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현재 지도부 경질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한나라당 의총에서 밝혔다. 앞서 언급한 바,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의원도 6월 중 반드시 미디어법을 표결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왜?’라는 의문에 대해서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부입법 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안상수 원내대표가 ‘미디어법 개정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표결처리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청부입법은 맹종적으로 관철시키고 자기가 원내대표로 앉은 이후 들어오는 청부입법만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기본적인 여야 합의문조차 지키지 않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전선동에 대한 어떤 자기 반성도 없으며, 그렇다고 새로운 개정이유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언론관계법 표결처리 운운은 말 그대로 시대적 희극이다.

제발 개정이유라도 알고 논쟁을 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나, 정부여당의 개정이유에 대한 갑작스런 침묵에 이어, 오로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만 표현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6월의 미디어정국은 끔찍할 뿐이다. 또 다시 거리에서 조카같은 전경들에게 매 맞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고, 민생민주법안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을 국회를 생각하니 끔찍하다. 또 다시 상식과 몰상식, 합리와 비합리의 전선이 좌우갈등으로 왜곡되고 빨갱이 사냥터가 될 것이 두렵다.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전율과 공포의 끔찍한 기억들이 되살아오는 지금,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 이유를 묻는 것과 답하는 것은 시한폭탄의 기폭장치를 제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요, 근본적인 논의를 가능케 하는 핵심요인이다. 포기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안상수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이 개정이유를 밝힐 때까지 촉구하고 기다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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