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온적인 결론을 남기며 지난달 종결된 가운데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착취 구조 개선을 위해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가 22일 출범했다.

▲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착취 구조 개선을 위해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가 22일 출범했다. 이무영 영화감독(오른쪽)이 출범 선언문을 읽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인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에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진보신당,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PD연합회 등 법조·정치·방송·종교·여성계에서 총 28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강지원 변호사, 오한숙희 여성학자, 유지나 동국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 112명의 개인도 소속됐다.

22일 오전,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출범을 선언했다. 이들은 “성접대는 성폭력이자 성매매이며,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백히 밝히면서 강요된 침묵을 깨고 인권을 말하겠다”며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유린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기관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촉구한다. 여성 연예인들이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개선과 피해자 지원활동을 연예업계와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출범 선언 직후 진행된 퍼포먼스. ⓒ한국여성단체연합
이들은 “장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사는 이들이 적반하장으로 진실을 위해 침묵을 깬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있다. 여성연예인 인권을 침해하는 비리구조의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침묵의 카르텔이 저널리즘에서조차 작동하는 부당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장자연씨가 죽음이라는 최후 선택을 하기까지 고통스럽게 하고, 그 고통을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통과의례로 만드는 성차별적 관행, 그리고 이것을 묵인하는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범식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부모님의 기일에도 불려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장자연씨의 절규에 마음이 아프다. 장씨의 죽음은 여성 연예인 성착취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인 죽음”이라며 “노예계약, 구타, 성상납 등 반인권적인 일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 구조를 개선하는 데 1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뿌리뽑자”고 주장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많은 연예인들이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 나올 수는 없었다. 생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조차도 표면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여성 연예인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끈질긴 싸움을 해나가겠다. 오늘이 바로 그 첫번째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범식에 앞서 열린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성착취 침묵의 카르텔 어떻게 깰 것인가’ 토론회에서 문제갑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 정책위의장은 “장자연 사건 이후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대해 콘텐츠진흥원, 문화부와 논의를 했고, 그쪽에서 내년에 대중문화지원센터를 만들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정위도 올해 상반기 안에 연예인 계약과 관련한 표준약관을 권고할 예정”이라며 “인권위에는 여성 연예인 성착취 실태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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