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의 '박정희 미화'가 도를 넘고 있다. 교육부 산하기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난 1월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수에서 5·16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지칭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은 강연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중연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중연은 지난 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초등교원과 중·고등 사회과 교원 각 40명을 대상으로 '교사와 함께 하는 공감한국학 집중 연수'를 실시했다.

당시 연수에서 한중연 소속 최진덕 교수는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한국학과 인문정신'이라는 주제의 특강에 강사로 나섰다. 특강 자료집에서 한중연 최진덕 교수는 "해방공간의 혼란 속에 국가가 세워진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이 기적의 주인공인 이승만은 6.25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했으며, 이승만이 닦은 기초 위에서 박정희는 군사혁명을 일으켜 고려 무신집권기 이후 최초로 군인시대를 열고 경제제일주의를 기치로 경제개발에 진력했다"고 기술했다.

최진덕 교수는 대한민국이 '조선의 안티테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주역은 군인, 기업인, 관료"라고 적기도 했다. 또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의 역사전개를 극반전이라고 정의하고, "이런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낸 정치가, 군인, 기업인은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해준 영웅들"이라고 기술하기도 했다.

최진덕 교수의 강연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축소하고 독립의 의미를 훼손하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 교수는 "빈곤하면 독립, 통일, 평화가 무의미하다"며, "일본 탓만 하지 말고 우리 역사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당당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빈곤 앞에서는 식민지 해방도, 분단 극복도 전쟁종식도 무의미하다"며 "빨리 빨리의 역동성이 놀라운 반전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이를 박정희식 경제제일주의를 찬양하는 논거로 사용하기도 했다. 심각한 역사왜곡이다.

또 다른 강연자로 나선 한중연의 정영순 교수는 '세계의 역사교육'이라는 강연 자료집에서 남북한의 역사교육을 비교, "7차 교육과정 이후 남한의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객관적 서술을 기피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서술 기조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다"며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영순 교수의 주장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뒷받침 하는 논리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중연이 교사 연수에서 이념 편향적인 내용을 담은 강의를 실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4년 7월과 8월에도 한중연은 같은 제목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서 5·16을 군사혁명으로, 박정희 리더십을 CEO형 리더십이라고 찬양하는 강의를 실시해 당시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기도 했었다.

노웅래 의원은 "교육부가 산하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에 특별교부금까지 지원해 실시된 교사연수에서 이념 편향적이고 몰상식적인 강의가 이루어진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 "박근혜 정권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각종 행정력을 동원해 비상식적인 역사관을 옹호하며, 역사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한중연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2천만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했고, 한중연은 연수 실시 결과를 지난 1월 14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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