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추억 속 축구의 공간 ‘구덕’. 과거 로얄즈 시절의 황홀했던 우승부터 1990년대 부산 축구 중흥기의 상징이죠. 하지만 로얄즈가 아닌 아이파크가 된 부산에게 있어 ‘구덕운동장’은 축구 성지라 하기에 아픕니다.

당장 지난해 강등도 구덕에서 당했던 부산, 그 징크스를 넘어 승격 의지를 불태운 걸까요? 지난밤의 대구전을 포함한 남은 홈경기 모두를 구덕에서 펼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결과는 역시나 악몽의 연속선상에 서있었죠.

2003년부터 아시아드 시대를 연 부산. 지난밤의 패배 이전까지 구덕에서 7경기를 치렀고 2무 5패, 어제가 6번째 패배입니다. 스코어도 지난해 승강PO 2차전 수원FC에게 당했던 패배와 같은 0-2. 6, 7위 팀에겐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데다가, 연승을 이어가던 팀 분위기는 식었습니다.

결과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구덕 경기! 그 스코어에서 팀에게 아픔이 있었다면, 경기장의 상태는 또 다른 부끄러움이 있었는데요. 많은 비가 내리며 그 참담함은 더 극명해졌습니다.

중계석엔 아무렇지 않게 난입(?)이 가능하고, 경기장 구석구석엔 물이 고여 공이 구르지도 못할 정도의 배수 능력을 선보인 구덕. 과거 성지의 영광은 추억에나 있을 뿐, 현실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과하게 소박했습니다.

아름다웠던 부산 축구의 시절을 위한 이벤트로 ‘공간의 변화’를 노렸다면, 그 공간에 대한 준비와 경기 및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노력도 따라야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아예 잔디가 없어 경기를 못 치른 그 어떤 1부리그의 홈구장보다야 나은 편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조명부터 어두웠습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도 그 불만이 나왔죠. 또 이동 동선은 미끄럽고 계단은 위험한 구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자자했던 명성의 축구 명소라 할 구덕에서, 직접 본 인상은 너무 실망스러웠죠.

부산이라는 팀이 지닌 역사와 가치를 생각한다면, 그 바탕에서 한 기획이 ‘구덕’이었다면, 준비와 품격에도 그런 노력의 흔적이 좀 더 보였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았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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