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정세균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이강래 원내대표. ⓒ 오마이뉴스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의 부적절한 ‘촛불재판 개입’에 이어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친박연대 압력 행사 의혹이 폭로되자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이미 민주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진보신당 등 야당은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에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다음주부터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서명에 돌입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전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신 대법관은 가장 중요한 덕목인 국민적 신망과 존경, 신뢰를 잃어 대법관의 권위를 상실한 상태인 만큼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절대 온당하지 않다”면서 “오늘이라도 빠른 결단을 해 더 이상 혼란스러운 사법파동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어 그는 “우리 당은 불가피하게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탄핵 발의를 시작하기 전에 사법부가 자체 처리하기를 바라며 신 대법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한나라당, 법사위 ‘보이콧’…야당 “사법부 만행을 보호하나” 비난

야당은 또 이날 오전 법사위를 열어 신 대법관 사퇴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의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이유로 모두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즉각 성토하고 나섰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집안일(원내대표 선출)에만 열중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방기한다면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또 “신 대법관 문제는 사법부 내에서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대법관이 위법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탄핵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 정쟁거리가 될 수 없는 사안인데도, 여당 의원들은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신 대법관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박 의원은 “만약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접수된다면 사법 역사상 최초의 탄핵소추로 불행한 기록을 남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가 최상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3권 분립에 따라 보호할 것을 보호해야지, 사법부의 만행을 보호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박영선 “보호할 것을 보호해라…자진 사퇴가 최상의 방법”

박영선 의원도 “탄핵소추안 발의도 중요하지만,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다시 한 번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춘석 의원은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지금 수구언론과 사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사법부의 독립이 마치 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이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다”면서 “그러나 사법부 독립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공정성을 위해 보장한 권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법부가 공정성을 갖지 못했는데 (사법부의 독립이) 국민의 권리를 막는 권리로 악용되지 않느냐”며 “판사회의에서도 신 대법관의 직무수행이 부적절하고, 대법원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사법부의 자정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친박연대도 가세했다. 지난 3월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신영철 언급 자제’ 전화를 받은 인물로 지목된 노철래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 “집권 여당이 불참해 반쪽 상임위를 연 것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또 “신영철에 면죄부를 준 행위는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이 신 대법관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마땅히 밝히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법사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야당은 유성호 법사위원장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석을 요구했다. 유 위원장은 일단 정회를 선포했고, 한나라당 간사와 협의해 오후에 법사위를 속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지난 3월19일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친박연대+무소속…99명 채울 듯

한편 애초 정족수를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던 탄핵소추안은 친박연대의 동참으로 국회 본회의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84석)과 민주노동당(5석), 진보신당(1석)은 신영철 탄핵 발의에 공조하기로 했지만, 소속 의원 숫자를 다 합쳐도 탄핵 정족수 99명(재적의원 296명 중 3분의 1)에는 모자란 90명이었다.

하지만 친박연대(5명)이 가세하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호남 무소속 의원(4명)이 뜻을 함께 한다면 탄핵소추안 발의 정족수 99명은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 교섭단체인 선진과창조모임(20명)은 신영철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역시 문국현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신영철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과반수(148명)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170명)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가 헌정 사상 최초라는 점에서 사법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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