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상파 가운데 처음으로 ‘PD집필제’를 시행한 것과 관련해 작가들이 “KBS의 작가 죽이기”라며 비판하고 나서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PD집필제 시행으로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며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할 시사정보프로그램의 대본이 현장을 직접 취재하지 않은 작가에 의해 일부 집필됨으로써, 프로그램의 객관성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있어 보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KBS는 지난 봄 개편부터 <걸어서 세계속으로>, <KBS스페셜>,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과학카페>,<세상의아침>,<풍경이 있는 여행>,<시청자칼럼> 등 9개 프로그램에 대해 PD집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정책팀은 20일 발표한 ‘방송작가통신 1호’를 통해 KBS PD집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KBS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 한국구성작가협회 홈페이지 캡처.

◇ PD집필제로 PD역량 강화?

이들은 ‘PD집필제로 PD역량이 강화된다’는 KBS쪽 주장에 대해 “이것은 허울 좋은 기만극일 뿐”이라며 “현재 방송사에서 ‘기름을 짜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예산 절감책의 일환으로 보며 경제논리를 구호적 명분으로 분식한 허구적 담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봄 개편, 가을 개편으로 나누어 프로그램마다 PD집필률을 퍼센테이지로 지정하고 있는 PD집필률 강제 할당 방식이 이를 증명하며, 그 결과 봄 개편시 원고료 절감액 1억5천만원, 가을 개편시 원고료 추가 절감액 1억9천만원이라고 목표 절감액을 명기하고 있는 것이 또한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 NHK를 벤치마킹?

이들은 “KBS는 지금 시사, 다큐에 작가를 쓰지 않고 PD가 직접 글을 쓴다는 NHK를 벤치마킹한다고 한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NHK와 KBS의 제작환경의 차이부터 따져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NHK의 교양 프로그램 PD는 모두 430여명이지만 KBS의 교양, 다큐 프로그램 PD수는 232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의 방송제작 시스템은 모든 지원을 최소화하고 디렉터(우리 표현으로는 피디) 한 사람의 어깨에 행정, 취재, 제작, 편집의 모든 업무를 짐지우는 방식으로 구축되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리서처와 AD(어시스턴트 피디)조차도 한 프로그램을 전담하지 못하고 팀제로 운용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작가가 도입된 것도 이러한 한국적 방송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프로그램 질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말했다.

◇자해행위하는 KBS

이들은 “KBS 제작능력은 NHK 피디들보다 못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감안한다면 훨씬 뛰어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그 제작능력을 만들어낸 주체가 바로 ‘피디’와 ‘작가’였다”며 “‘작가’의 존재가 그나마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게 해준 유일한 조력자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KBS가 대외적으로 왜 이런 자해행위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그럼에도 얼마 되지도 않는 작가료를 절감하기 위해 피디 집필률을 강압한다면, 그런 방송사의 경영진은 방송의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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