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이야기 구조는 직설적이다.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 방식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뉴스는 언제나, 철저히 두괄식 구조를 선호한다. 주요한 사회적 이슈와 쟁점을 머리기사로 전달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보도의 비중과 메시지의 순서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일들에 서열을 매긴다. 그래서 하루의 우선순위를 8시 혹은 9시 땡 하는 순간 결정하여 보여준다.

‘언제 들어도 정겨운 소리’들이 시간을 알리면 뉴스는 칼 같이 시작한다. 그 궁극적인 고정미가 뉴스의 매력이다. 두괄식 구조이기 때문에, 앞 선의 뉴스는 언제나 흥미롭다. 시작과 동시에 뉴스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그래서 시청률에 있어 뉴스는 웬만해선 배신당하지 않는다.

19일, MBC <뉴스데스크>의 머리기사는 당연, 천신일 수사였다. 천신일 회장의 85억원 탈세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뒤이어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 플루에 대해 보도하였다. 질적 평가를 떠나 방송3사 뉴스는 모두 천신일 다음 신종 플루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뉴스 시작 10여분이 흐른 후, KBS, MBC, SBS가 뉴스 배열에 있어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KBS는 박시환 대법관의 5차 사법 파동 주장을 배치했고, MBC와 SBS는 수두 감염의 확산으로 갈아탔다. 잠시 후 MBC와 SBS도 각자의 그림을 따로 그리기 시작하였다. MBC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숯의 문제점을, SBS는 기동취재로 버스에 사용되는 가정용 등유 현실을 고발하였다.

<헤드라인 뉴스 이후 지상파 방송 3사의 뉴스 전개 과정>

○ 박시환 대법관의 사법 파동 주장 : KBS 6번째 꼭지, MBC 12번째 꼭지, SBS 보도 안함.(참고로 SBS는 점차 강경해지는 판사회의에 대해 14번째 꼭지로 전함)
○ 수두 감염 확산 : MBC 6번째 꼭지, SBS 7번째 꼭지, KBS 보도 안함.
○ 식용 숯 문제 : MBC 7번째 꼭지, SBS 16번째 꼭지, KBS 17번째 꼭지.
○ 심야 교통사고 : MBC 8번째 꼭지, KBS 14번째 꼭지, SBS 보도 안함.

○ KBS : 박시환 대법관 사법 파동 주장 → 심야 교통사고 → 식용 숯 문제
○ SBS : 수두 감염 확산 → 판사회의 → 식용 숯 문제
○ MBC : 수두 감염 확산 → 식용 숯 문제 → 심야 교통사고 → 박시환 대법관 사법 파동 주장

▲ 5월 19일 MBC <뉴스데스크> 10분~15분 사이의 뉴스 1. "식약청 "활성탄 등 숯, 식용으론 곤란""ⓒ MBC <뉴스데스크> 캡처
다르다. 확연히 다른 배열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툭 까서 말하면 MBC가 이상했다. 판사 회의와 박시환 대법관 사법 파동 주장을 뒤에 깔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보도국장 교체, 앵커 교체 이후 일각에서 지적되고 있는 <뉴스데스크>의 연성화가 포착되는 순간인가? 다만, 김연아 쇼에 ‘올인’한 뉴스, 본질이 빠진 듯한 집회 보도, 해외에서 돈 벌고 있는 스포츠 선수에 대한 환호가 그저 매일 어쩌다보니, 한순간에 불과한 것 이라고만 보면 큰코 다친다. 어쩌면 대놓고 ‘MBC가 달라졌어요’를 알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런 옷 젖는 줄 모르는 가랑비인지도 모른다. MBC 뉴스가 지금 그 수렁에 빠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뉴스에서, 주요한 한 꼭지가 뒤로 배친된 것을 두고 지나친 ‘음모’를 품는 것일까? 허나 분명한 것은 뉴스는 시간 흐름에 따라 메시지의 파급 효과를 지닌다는 점이다. 뉴스는 신문처럼 독자들의 선택권이 높지 않다. 시간의 순서적 배치는 의제 전달의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사회적 이슈와 논란거리가 땡 하는 순간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때때로 ‘땡박’ ‘땡이’와 같은 비극을 낳을 수도 있음이다. 결국 뉴스는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의 흐름 속에서 강-중-약의 흐름을 타야 한다. 어제 <뉴스데스크>의 강-중-약의 배열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강하게 가야 하는 것이 약에 배치되고, 약하게 가도 되는 것이 강의 자리에 왔다고 할까.

▲ 5월 19일 MBC <뉴스데스크> 10분~15분 사이의 뉴스 2. "의문의 심야 역주행‥3명 사망" ⓒ MBC <뉴스데스크> 캡처
뉴스가 강-중-약의 흐름을 깬다면, 그건 실험일까. 도전일까. 아니면 변주일까. 모두 아니다. 그건 뉴스의 연성화고, 사회 이슈에 대한 외면이자 침묵으로 드러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표적 감사를 다룬 뉴스는 당일 MBC밖에 없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가지고 있는 허점을 제시한 뉴스도 MBC에만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배열’이었다. 각각 16번째, 11번째 자리를 부여 받았다. 뉴스 한 꼭지가 가지고 있는 질적인 면에 있어서 아무리 돋보인들 역시 전체와 어우러지지 못한 뉴스가 되어버렸다. 그 시간대면 이미 시청자들은 주요 뉴스가 끝난 것은 아닐까 하며 채널을 돌렸을지도 모를 시간대이다.

그렇다고, <뉴스데스크>가 다른 지상파 뉴스에 비해 특히 더 연성화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허나 형님들도 알고 있는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라는 정설은 헤드라인 뉴스가 끝난 직후, 그러니까 9시10분~15분 사이의 시간대로 완성될 수 있다. ‘배열’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뉴스데스크>는 ‘뉴스’의 완성을 코앞에서 포기하고 있다. 그렇게 <뉴스데스크>의 10분~15분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단독] 서울 도심서 ‘심야 난투극’‥괴청년 2백여명 호텔 급습”(5월6일, 7번째 꼭지)
“샌드백에 ‘짝퉁’ 명품 수만 점 넣어 밀수‥적발”(5월8일, 8번째 꼭지)
“고급 골프채 전문털이범 ‘덜미’”(5월8일, 9번째 꼭지)
“김연아의 ‘행복했던 40일’‥“훈련에 전념””(5월10일, 8번째 꼭지)
“식약청 “활성탄 등 숯, 식용으론 곤란””(5월19일, 7번째 꼭지)
“의문의 심야 역주행‥3명 사망”(5월19일, 8번째 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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