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개입으로 인한 사퇴 압력에도 불구, 물러나지 않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신 대법관 거취에 대한 여론이 이명박 정권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 및 친박연대 등이 민주당에 러브콜을 보내 탄핵안 추진에 합세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신 대법관의 굴하지 않는 버티기를 계속 지지하거나 묵인하는 세력은 역시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도 전통적 수구파와 보수 언론, 그리고 수구논객들이다.

수구논객 조갑제씨는, 최근 신 대법관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현 상황을 ‘제5차 사법파동’이라고 진단한 박시환 대법관이 ‘사법쿠데타’를 선동했다면서 ‘탄핵’의 대상은 바로 박 대법관이라는 글을 <조갑제닷컴>과 <올인코리아> 등에 게재했다.

그는 “박 대법관에 대하여는 국회가 탄핵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든지 대법원장이 사퇴를 권고하라고 촉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신 대법관을 적극적으로 지켜낼 것을 한나라당에 주문했다.

조씨는 또한 최근 판사회의 등을 개최해 신 대법관의 용퇴를 요구하는 전국 방방곡곡의 판사들을 ‘떼쟁이’로 묘사했다.

작년에 촛불시위가 일파만파로 번진 사건에 대해 수구언론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이 ‘광우병 괴담’에 현혹됐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쇠고기 반대 시위는 엽기적이라고 할 만큼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은 방송과 이를 통해 생산된 광우병 괴담을 적극 받아들인 10대 특유의 사회 연결망 구조와 논리가 만들어내고 확산시킨 전염병의 일종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함재봉 박사가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의 간행물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동아일보>는 지난 3월19일치 지면에 이를 인용보도 하면서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처럼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서도 인간의 사고가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 동아일보 3월19일자 2면
수구언론의 일명 ‘바이러스 전염론’은 신 대법관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앞장섰고 신 대법관을 빌미삼아 ‘이명박 정권에의 배타적 바이러스’를 사법부 내부에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5월20일자 기사에서 “진보적 성향의 일부 판사들이 보수정권 출범에 대한 반감을 ‘신 대법관 사퇴’ 요구라는 형태로 표출했고, 법원 상층부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법원이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의 중심에 서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시환 대법관의 행동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모 부장판사는 “비열한 짓”이라고 지적했다고도 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도 박 대법관을 비난한 조선일보는 “부작용과 책임은 언론 탓으로 넘기는 모습에서… 씁쓸하기만 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 조선일보 5월20일자 3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봄과 여름을 달궜던 촛불시위의 원인을 MBC <PD수첩> 탓으로 돌려 방송 프로듀서들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지한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 자신들임을 망각하진 않았을 터, 이는 곧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 식대로인 ‘지 멋대로 갖다붙이기’의 행각을 일삼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수구언론이 아직 기사와 사설에 쓰지 않고 남겨둔 것이 있다.

양심있는 소장 판사들부터 박 대법관에 이르기까지, 좌익 또는 빨갱이로 모는 일이다. 그리하여 경찰과 검찰이 길거리에서 판사들을 긴급체포하고 구속하게끔 하는 시나리오 말이다.

기자도 빨갱이, PD도 빨갱이, 애기엄마도 빨갱이, 예비군도 빨갱이, 택배기사도 빨갱이, 성직자도 빨갱이, PD수첩 수사하다가 자조하면서 옷벗고 나간 임모 검사도 빨갱이, 판사도 빨갱이, 대법관도 빨갱이, 전직 법무부 장관도 빨갱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빨갱이…. 황석영은 파랭이?

급속도로 번지는 빨갱이 플루로 빨갱이 천국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이다. 적어도 수구언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동안 색깔 갖고 일부러 장난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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