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의 드라마가 찾아왔다. 최지우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법정 로맨스란다. 세상에 법정이라는 단어와 로맨스가 마치 제 짝처럼 어울리는 나라는 한국밖에는 없을 것이다. 사실 로맨스라는 설명이 없더라도 우리들은 안다. 결국엔 연애만 할 것이라는 것을. 의학드라마도 그렇고, 뭘 해도 기승전연애인 한국 드라마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가 발전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작가를 욕하기는 양심에 찔린다. 그렇지 않은 드라마를 내놓아봤자 도통 보지를 않는다. 그런 드라마를 우리는 불운의 명작이라고 추켜 세워주기는 하지만 정작 그 작가를 찾는 제작사가 없다면 위로가 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작가들은 그 연애라는 한계 속에서 최대한 식상하지 않을 캐릭터나 스토리를 만들어낼 궁리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이번 최지우의 드라마도 그렇다. 혹시 놀라 도망칠까봐 기획의도 맨 위에 굵은 글씨로 로맨스 법정물이라고 써놓았다. 절대로 법정물이라 딱딱할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아달라는 읍소가 느껴지는 배치다. 사실 그렇다. 이 드라마는 결코 딱딱하지 않았다. 딱딱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최지우가 끌고 가는 드라마인 만큼, 그 부분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딱딱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너무 물렁해진 부분도 있어 좀 과한 느낌도 들게 한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최지우는 블라우스 지퍼를 내렸고, 그것을 알려주려 하던 주진모를 성추행으로 모는 대단히 상식 밖의 해프닝을 벌였다. 시작하는 드라마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생각이었겠지만 도대체 이 장면을 재치라고 해야 할지, 독하다고 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따름이다. 개연성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그렇지만 법정 드라마의 주인공을 변호사, 검사, 판사가 아닌 변호사 사무장으로 삼았다는 것에서는 일단 점수를 줄 수 있다. 면허증 가진 사짜들을 쥐고 흔드는 사무장의 존재는 물론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사짜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또한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의 사건을 메인 에피소드에 두고 있어 로맨스와 정의를 동행시키려 한 부분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고 보인다.

어쨌든 최지우의 법정신을 보게 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라 과연 어떨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된다. 또한 아주 민감한 시기에, 연예인 몰래 연애를 세상에 들춰낸 디스패치를 모델로 한 파파라치 전문회사를 등장시킨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러나 나중 최지우와 주진모가 연애를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면 파파라치를 미화할 위험도 예견되어 논란도 예상된다.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그리고 <또! 오해영>에 이어 전혜빈은 다시 불행한 악역을 맡아 미워하고 싶지만 미움을 받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연기돌이라는 말 대신 연기자라고 불러야 할 이준이 또 한 명의 변호사로 출연한다. 이준은 법정에 청바지와 맨투맨 티셔츠 차림으로 서는 괴짜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는 없는, 오래된 일본 드라마 <히어로>의 자유분방한 검사를 연기했던 기무라 타쿠야가 살짝 떠오르긴 한다.

그렇게 주요인물들이 변호사와 사무장 그리고 검사 출신 파파라치 언론사 대표 등 흔히 볼 수 없는 구성은 아무리 기승전연애라도 뭔가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다만 향후 전개가 사건과 로맨스의 황금율을 어떻게 찾아가느냐가 다양한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어차피 로맨스에 올인하는 시청자라면 이미 박보검에게 가있을 것이니, 오히려 사건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 어떨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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