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들끓는 모습도 못 보게 생겼다. 물론, 4개 대기업들이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미르와 K스포츠라는 이름의 두 재단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쾌척(?)한 사건의 후폭풍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기업이 아닌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이 문제만큼은 여권이 참여를 거부한다고 해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라도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2009년 MB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아졌다. 이것을 야권은 25%까지 올리는 원상회복을 포함한 인상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고, 여권과 정부는 현상 유지를 하자고 맞서고 있다. 인상 반대 쪽에서는 법인세율을 올리면 투자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걸 반대의 으뜸으로 꼽는다. 법인세율을 낮췄어도 투자가 그다지 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009년 법인세율을 낮추지 않았다면 투자는 더 줄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증명의 영역이 아닌 심증의 영역에 있는 ‘더 악화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법인세율이 꾸준히 떨어져 2015년 22.9% 수준인데 우리의 최고세율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것도 자주 동원되는 인상 반대의 근거이다. 하지만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투자와 고용이 악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이런 연관관계가 매우 희박하다는 다른 연구결과도 수두룩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 CEO 조찬 간담회에서 "경제는 모르지만 법인세 인상은 받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복지서비스 등 돈 쓸 곳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 신분사회에서 이런 식으로는 판 박힌 평행선 달리기로 끝나기 쉽다. 좀 달리 접근해 보자. ‘그럼, 도대체 2014년 법인세법을 개정해 도입한 지난해부터 적용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 제도는 기업의 당기이익 중 80% 이상을 투자, 임금, 인상, 배당에 사용하지 않으면 80%에 미달하는 금액에 대해 10% 세율을 물리는 법인세 추가징수를 말한다. 기업의 이익이 지나친 저축(사내유보)으로 쌓이지 않고 투자, 임금, 배당을 통해 가계를 통해 국민경제 전체로 흐르게 하자는 긍정적인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제도의 도입에 여권인 새누리당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기업이 투자나 임금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 대상 규모가 139조5000억원(당기이익의 80%)이었는데, 이중 투자는 100조8000억원, 배당은 33조8000억원, 임금 인상은 4조8000억원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세금 안내려고 불필요한 투자를 하는 멍청이는 아니기 때문에, 임금 인상보다는 배당을 늘려버린 것이다. 실제 추가 법인세를 문 기업은 146개, 액수로는 506억원에 그쳤다. 배당 증가를 통해 자사주를 구입한 해당 기업, 외국인과 부유층 등 일부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간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사 총배당금 19조5000억원은 1년 전과 견줘 26.2%나 증가한 규모다.

그러자, 새누리당과 정부 쪽에서 야권의 법인세율 인상을 막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보완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략의 내용은 투자의 인정 기준을 1로 놓을 때 임금 증가의 인정 기준은 1.5로 높이고 배당의 인정기준을 0.8로 낮춰서 임금 쪽으로 흘러가게 하여 부작용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보완책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쪽에서 추가 법인세 규모를 산정하는 항목에서 아예 배당은 빼자는 안을 내놓은 것도, 사실상 보완은 해법이 아니라는 간접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다가온다. 이 제도 자체의 함정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투자는 정부가 강제로 유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법인세를 덜 내려고 불필요한 투자를 왕창하는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정자본의 감가상각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부풀려서 법인세를 탈루하려는 유혹을 크게 할 위험성이 높다. 또한, 80%라는 기준 자체도 매우 모호하다. 아마도 기업의 이익 중에서 보통 20% 정도가 현금성 자산이라는 데서 착안한 듯한데, 이 비율은 대단히 유동적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의 위험에 따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려는 기업의 성향은 달라지는 데 그때마다 제도가 그 뒤를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배당의 인정 기준을 약간 낮춘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배당 규모 자체를 늘리려는 유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실제 규모가 늘어나면 주주로서는 나쁠 일도 아니고, 자사주 매입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해당 기업 그 자체도 나쁘지 않다. 임금 증가의 가중치를 높인다고 해서 임금 증가 쪽으로 이익이 더 많이 흘러간다는 주장은 임금을 단순히 하나의 비용으로 보는 주식시장의 논리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취지는 좋았음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는 앞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임금 증가를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보장해야 달성되는 법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임금 증가의 가중치를 높인다고 달성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기업에게 각종 편법의 유혹에 빠져들게 만들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이에 비해 법인세율 인상은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투자할 곳이 마뜩치 않아 크게 늘리지도 못하고 임금 증가에 쓰고 싶은 욕구도 약하고 배당을 늘리라는 압력과 유혹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만큼 단순하고 정직한 방안도 없다. 그렇게 해서 증대하는 세수는 좋은 데 쓰면 될 일이다. 최고세율을 원상회복 하되 울트라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대기업을 나눠 법인세율 구간을 세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을 막기 위해 최저한세율 인상을 꺼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저임금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최저한세율은 그대로 두는 게 맞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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