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7일 서울시 최초의 시민공청회가 열린다. 현행 <서울시 주민참여기본조례>는 오세훈 시장 시기인 2011년에 제정되었으나 많은 조항이 일반적인 시민참여 원칙만 정해 놓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조례였다. 하지만 해당 조례 제9조에 일정 수의 서울시민 서명으로 서울시 현안에 대한 토론회, 공청회 등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1달 안에 서울시장이 수용여부를 밝히도록 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달라졌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작년 대중교통요금 인상 시기에 요금 인상의 근거가 정말 타당한지 제대로된 공청회를 통해서 묻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시는 ‘아니, 요금올리자는데 좋다고 할 시민이 어디에 있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게다가 인상 시기 역시 날짜를 정해 놓고 추진되었던 터라 사실상 ‘밀어붙이기’ 수순이었다. 이를 막아 보려고 시도했던 것이 바로 시민청구 공청회였다. 적어도 시민공청회가 열리게 되면 그 결과를 보고 인상폭 등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민공청회가 7천여명의 서명으로 성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인상을 강행했다. 노동당의 입장에선 사실상 시민공청회가 사후 공청회가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어서 이를 철회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최초의 시민공청회가 유실된 후, 다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있어 서울시의 역할과 책임을 묻기 위해 다시 시민공청회가 추진된다. 그리고 지난 5월 말에서 7월 초까지 2달에 걸친 서명 모집을 통해서 1만명이 넘는 서명을 서울시에 제출한다. 7월 12일의 일이었다. 서울시는 만 2달이 다 되어가는 9월 12일까지 에서야 청구인 서명 확인 과정을 완료했다. 추석을 2일 앞두고 예정했던 시민공청회를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사실상 서명을 받아서 제출한 기간보다 서울시가 서명을 검증하는데 더 시간을 보낸 셈이다. 통상 청구인 수가 문제시될 경우 청구인에게 ‘보정 요구’를 하게 된다. 그 사이 이미 청구한 공청회는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서울시의 시민청구 공청회의 주요 흐름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몇몇 언론들이 시민청구 공청회의 취지나 의미에 무지한 상태에서 써대는 기자들 탓이다. 간단하게 조례의 조항들만 살펴봤어도 제도의 목적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어쩌면 그리 비슷한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시민공청회가 ‘행정 낭비’라고?

왼쪽은 시민공청회 연기 개최를 행정력 낭비라는 수협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한국농어민신문> 기사 캡쳐, 오른쪽은 추석연휴 기간 동안 서울시가 확인한 시민서명부를 재검증하는 청구인측 상인들의 모습.

먼저 전문지인 <한국농어민신문>의 9월 22일자 “상인에 끌려가나...노량진수산시장 공청회 연기 두고 논란”이라는 김관태의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첫 머리에서 부터 수협의 “구시장 잔류 상인들의 억지에 끌려 다니는 꼴이라며 사태 해결에 악역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즉 수협의 주장에 근거한 기사임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원래 공청회는 5,000명의 서명이 있어야 하나 서울시가 검토한 결과 서명 인원이 부족했고 이에 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썼다. 이런 서명 부족에 대해 서울시가 보완 요청을 한 것이 “더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단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수협의 주장을 옮긴다. 그리고 입주반대 명분과 집행부의 입자가 위축되는 상황이었는데 공청회 연기 결정으로 이러한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수협의 말에 이어 “구시장에서 신시장으로 이동하는 상인들 계약 관계의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부분이 없다”는 해양수산부의 코멘트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협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기는 데 그치고 있다. 기자의 역량상 그럴 수도 있다 보는데, 문제는 협의 ‘잘못된’ 주장을 옮기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서울시의 서명 검증에 대한 부분을 보자. 어렵게 시청 농성까지 하면서 서울시 서명검증을 재검토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서명은 총 10,693개 중에서 3,840개였다. 즉 1,160개의 서명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검증을 한 결과 11개의 서명은 타당한 서명이 무효로 분류된 것이었고, 185개의 서명은 서명부 원본에서 엑셀화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잘못 기재한 오기로 나타났다. 그리고 주민전산망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된 서명 중 글씨를 판독하기 어렵다고 하나 가능하다고 판단된 것이 249개였다. 총 445개의 서명은 사실상 유효한 서명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2,228개의 서명 중에는 실제 상인들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고 실제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기재된 서명의 주소 등과 일치했다. 즉, 행정망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척하기엔 미심쩍은 서명들로, 사실상 ‘행정망의 오류’를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상인들이 지난 13일 서울시청을 직접 찾아가서 재검증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설사 서울시의 검증 절차가 적절했다 하더라도, 서명의 보정을 요청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주민참여기본조례>에는 보정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이와 유사한 시민감사청구 등의 절차에도 부족한 서명을 보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무시한 수협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김관태의 기사는 보도라기 보다는 수협의 논평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수협의 업무이기 때문에 시민공청회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옮긴 것도 타당하지 않다. 청구인은 4가지 사항에 대한 청구 사유를 명시했는데, 전부다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서울시의 역할과 계획 등을 직접적으로 묻고 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국민들 혈세 1천억원 이상이 들어간 현대화 사업을 ‘수협만의 사업’이라고 접근하는 시각은 얼마나 옹졸한가. 그런 점에서 맨 마지막에 인용한 해양수산부 관계자의 말은 실소를 자아낸다. 더 황당한 것은 그것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옮긴 기사다. 명색이 <한국농어민신문>이라는 전문지인데, 법령상 중앙도매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단순히 ‘사인간의 계약 관계’로만 언급하는 해양수산부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니 전문지인지 아니면 업종지인지 의아하다.

브릿지경제의 기사와 아시아경제 기사의 인터넷 캡쳐 화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갈등을 정확하게 보기보다는 인상비평에 가까운 글이나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사실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수준 이하의 기사는 <아시아경제>의 “갤러리아63면세점, 노량진 사태에 울상”이라는 지연진의 기사다. 기사의 요지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여의도에 한화그룹이 유치한 면세점의 장사가 안된다는 내용이다. 언뜻보면 노량진수산시장과 갤러리아63면세점이 뭔 관계인가 싶을 정도로 의아한 기사인데, “한강 건너편에 노량진 시장과 연계한 관광코스가 개발되면 관광객들의 만족감을 높여줄 기대”가 있다는 말에 힌트가 있다. “전통시장인 노량진 시장은 이미 국제적인 관광명소”여서 이곳과 연계될 경우 면세점 수입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갤러리아63면세점의 “면세점 주고객인 중국인들의 경우 수산물을 좋아해 오전에는 면세점 쇼핑과 63빌딩 관광 후 오후에 노량진 시장에서 식사를 한 뒤 저녁에 한강을 둘러보는 완벽한 하루코스가 가능하다”는 말을 전하며 기사를 맺는다.

사실 이 기사는 완벽한 ‘소설’에 가깝다. 무리하게 면세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재벌 기업의 백일몽을 기사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점에서 앞 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데, 첫번째는 기사에서 언급한 “전통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이라는 것이 스스로 아쉬워 하는 현대화사업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전통성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전통적인 모습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건물로 옮겨가는 시장을 ‘전통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여기부터 틀렸다. 다음으로 갤러리아63면세점의 말로 인용한 ‘식사는 노량진수산시장’이라는 그림이 현대화사업과 맞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시나 수협은 판매상인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의 시각에서 도매시장은 그저 경매가 벌어지는 공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관광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는 그림은 오히려 이제까지의 전통 노량진수산시장의 존치를 통해서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사의 가장 결정적인 오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존재를 고작 갤러리아63면세점이라는 일개 사업자의 도구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새로운 건물의 신시장이 아니라 예전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전통 시장으로 찾아온다. 즉, 관광객의 집객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기존 시장의 보존이 더욱 유리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억지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엮으려니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이상한 기사가 쓰여졌다. 노량진수산시장이 관광명소가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꼭 갤러리아63면세점과 연계될 필요는 없다. 더구나 현대화사업에 여의도 관광을 연계한 것은 수협이 내놓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지 검증된 파생효과도 아니다. 그러니까, <아시아경제>의 이 기사는 비가 와서 공부를 못했다는 어떤 열등생의 감정을 사실인 것처럼 인용한 수준의 기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에 대한 기사 중 백미는 <브릿지 경제>라는 매체의 이승원이 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기사다. 기사의 요지는 새 시장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상인들이 “자신만의 세상을 고집,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외부 시민단체 등까지 가세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외부 세력의 개입은 “노량진수산시장이 지닌 고유의 브랜드를 크게 훼손”하고 있으며 “서울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악용해 시민공청회 개최를 주장”하고 “이로 인한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익명의 외부 유통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외부세력 없이 상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기본적으로 이승원이 말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 성립하려면 내내 강조하는 ‘외부세력의 개입’ 역시 없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외부와의 단절을 핵심적인 증상으로 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의 핵심이니깐 말이다. 좋다, 그러면 다시 외부세력의 개입을 그리 걱정하면서도 ‘외부 유통전문가’의 말을 가져다 주장하는 모순은 어떤가. 무엇보다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이 수협의 일방적인 현대화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말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공개적인 토론이나 공청회 자체도 외면해온 수협인지, 아니면 서울시 시민청구 공청회를 통해서라도 사회적 토론을 하고자 노력하는 상인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단 말인가. 뭔가 앞 뒤가 맞는 주장이어야 조금이라도 생각해볼 텐데 말이다.

수준이 너무 낮은 직능단체들

이런 기사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 산하 관련 협단체의 단체장들도 기고라는 이름의 글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뉴시스> 9월 21일자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넘어 현대식 도시어촌으로 거듭나여”라는 기고글은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인 류청로가 썼고, <내일신문> 9월 22일자 “노량진 수산시장은 상인만을 위한 시설인가?”는 전국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장인 홍중표가 썼다. 이 두 글의 내용은 모두 전통시장의 상인들에게 건물 시장으로 이전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먼저 류청로는 “2002년 전국의 어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비영리 협동조합단체인 수협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인수한 이유도 국민에게 신선하고 값싼 수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어민들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일단 노량진수산시장을 수협이 인수한 것은 수협의 자의가 아니다. 조금만 자료를 찾아보면 나온다. 다만 각종 내부비리와 부채로 2000년에 급기야 국민세금인 정책자금을 1조원 이상 끌어다가 아직까지 갚지도 못하는 수협이 무슨 염치로 국민이나 어민의 입장을 운운할 수 있는지는 차치 하고서라도, 실제 수협이 인수한 후 정말로 수산물의 가격이 낮아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쉽게 정리하면 전체 유통량은 계속 줄었는데 매출액은 현상유지를 했다. 즉 수산물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을 잉여금을 가져갔다. 류청로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협은 최대한 이익을 가져가지 말고 국민들에게 값싼 수산물을 공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뭔가 앞 뒤가 맞질 않는다.

가관은 홍중표의 글이다. 도매시장 법인이라고 하면 마치 시장운영자로 보이지만 그냥 도매법인, 즉 사업자 단체다. 최근까지 서울시와 상장예외품목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는 사업자 단체이지 어떤 공익성이 있는 단체라 보기 힘들다. 그런데 홍중표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일부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을 묶는 것은 수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국가정책을 수행하는 공공시설에 상인들을 몰아내고 복합리조트를 짓는 것은 괜찮은 일인가. 사실상 도매시장의 규모를 반토막 내는 것은 수산업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사업자라면 적어도 정확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짐짓 국가 전체를 걱정하는 듯한 허세를 부리면서 결국 수협이 추진하는 현대화사업에 대한 판단은 뒤로 제쳐둔 채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며 훈수를 두고 있다. 홍중표의 글을 읽으면 그동안 수협이 해왔던 이야기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해서 놀랍다. 다만 건축물 안전 C등급은 “보조부재에 손상이 있는 보통의 상태”를 의미하고 “조속한 보강 또는 일부시설 대체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해온 수협은 이런 C등급의 수산시장 건물에 대해 어떤 시설 보강사업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건물 안전이 문제면 그동안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수협의 문제가 아닌가. 참 답답하다.

다 됐고, 27일 시민공청회에 오라

그동안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주요 매체의 기사는 좋게 봐서 양비론이고 대부분은 갈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찾아 볼 수 없는 표피적인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적어도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의 명성과 장점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정말 수협이 지어놓은 그 건물로 시장 기능이 대체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그동안 시장을 찾았던 소비자의 눈에도 부합하는 것인지를 묻지 않았다. 해외의 주요 도시 탐방을 할 때는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역사 100년이 넘는 공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장점을 왜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루는 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또한 그동안 수협이 시장을 맡으면서 정말 시장운영자로서 역량을 제대로 보였는지, 시장의 상황이 좋아졌는지를 따지는 기사 역시 발견하기 힘들었다.

세상 사람 누구나 갈등을 싫어 한다. 특히 지금 싸우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 같이 수협에 비하면 한없이 약자에 불과한 이들이 갈등을 자초하는 것은 왠만한 각오 없이는 힘든 일이다. 자칫하다간 평생을 일궈온 노력을 한순간에 날릴 수 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 방식의 시장에 대해 의심하고 이에 대한 공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대료 몇 푼 때문이라면 더 열심히 장사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노량진수산시장 다운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동안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하면서 보인 어처구니 없는 ‘전근대적인 관리방식’을 고민한다면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양수산부 협단체를 제외하고 그 많다는 유통전문가들 중 누구도 공개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말 타당성이 있고 근거가 확실하다면 지금이라도 그 전문가들을 취재해서 정확한 입장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 매체의 기능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까지 취재해서 정성을 들일 정도로 노량진수산시장에 애정이 없다면, 9월 27일 개최하는 시민공청회에 와서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 서울시민들의 이야기를 들고 가주길 바란다.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2012년 이후 현재의 건물 방식 현대화사업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으며, 이번 시민공청회가 처음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공청회 개최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민참여의 시대에, 정부조차 정부3.0이라고 하면서 공개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시민공청회를 ‘행정낭비’니 ‘악용’이니 운운하다니 도대체 이 기사들은 어느 시절에 쓰인 글인지 답답하다. 그러니, 일단 27일 시민공청회에 와보라. 그곳에서 스스로 내놓은 기사가 얼마나 떳떳한지 살펴보길 바란다. 적어도 매체라면 그런 청탁받은 듯한 기사 말고, 정말 가끔은 상인들이나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끝으로 수협과 해양수산부, 그리고 서울시가 도매시장 이전의 해외사례로 인용하는 일본 도쿄도의 츠키지 시장에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전하는 매세지를 인용하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장소, 모두가 살아가기 위한 장소가 도매 시장입니다. 좋은 장소에 도매 시장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그러한 곳에 시장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

김상철 2004년부터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아 일하고 있다. 현재는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이며, 문화연대, 나라살림연구소, 예술인소셜유니온에서도 활동 중이다. <정치를 탐하다>(2014,꿈꾸는사람들), <무상교통>(2014, 이매진)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2014, 삶창)라는 책에 참여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노동과 인간중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도시사회주의자'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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