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잔다리. 지금 이른바 '홍대 앞'이라 부르는 지역의 옛 이름이다. 마을 앞 냇가에 '작은 다리'가 있어 이를 한자로는 세교리(細橋里), 우리말로는 잔다리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의 동교동은 '웃잔다리', 서교동은 '아랫잔다리'라 불렀다. 잔다리 페스타란 이름 역시 이 옛 이름에서 따왔다. 동교동과 서교동을 중심으로 행사를 열고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니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작은 다리란 이름에 맞게 아티스트와 관객, 기획자, 제작자 해외와 다리를 놓겠다는 뜻도 함께 품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잔다리 페스타가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잔다리 페스타 사무국의 의도에 맞게 그동안 잔다리 페스타에 선 아티스트와 잔다리 페스타를 찾은 관객, 해외 델리게이트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잔다리 페스타를 통해 외국의 페스티벌과 쇼케이스에 참여하게 된 밴드의 수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잔다리 페스타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성에 있다. 잔다리 페스타에 가면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넓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는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하지만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음악가들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은 건 그저 뛰어놀기 좋거나 달달하게 듣기 좋은 라인업뿐이다. 잔다리 페스타는 지금 우리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하고 훌륭한지를 관객 앞에, 기획자들 앞에, 외국 관계자들 앞에 보여주려 한다.

국내 100팀, 국외 50팀, 총 150팀이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무대에 선다.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세르비아, 중국, 일본, 몽골 등 국가와 대륙을 뛰어넘는 다양한 음악가들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쇼케이스뿐 아니라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컨퍼런스 프로그램, 비즈니스 매칭 등도 함께 진행된다. 이를 위해 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음악관계자들이 잔다리를 찾는다. 세계적인 영국의 록 밴드 리버틴스를 발굴하고 현재 빌리브뮤직의 대표로 있는 스테판 킹이나 잠비나이와 이디오테잎 등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에이전트 제롬 윌리엄스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또 어떤 음악가가 이런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마술 같은 기회를 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5주년을 맞아 기획된 또 다른 특별한 행사는 '영국과 프랑스의 밤'이다. 각각 '브리티쉬 나이트(British Night: Sound City Takeover at Zandari)'와 '프렌치 나이트(French Night: Esprit Francais)'로 명명된 이 스페셜 프로그램은 각국의 정부 단체가 자국의 뮤지션을 후원하는 스페셜 스테이지로 두 나라의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잔다리 페스타의 포스터에 빼곡하게 들어 있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잔다리가 5년 동안 성장해왔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단기적인 성과만을 바라고 더 유명한 이름을 바라는 이들에게 잔다리가 여전히 부족해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잔다리는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외국의 유명 쇼케이스 페스티벌이 걸어온 길을 따라 우직하게 걸어가고 있다. 서로에게 다리를 놓겠다는 처음의 꿈은 나흘간 잔다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음악을 통해 현실화될 것이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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