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령에 올라선 오체투지 순례단. 여기서부터 서울이다.ⓒ 민중의소리
마침내 남태령(南泰嶺)이다. 그 옛날 지방의 유생들이 정치를 잘못하는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기위해 봇짐에 ‘상소문’을 넣고 넘었다고 전해지는 그 곳에 오체투지 순례단이 올라섰다.

300km가 넘는 거리를 오체투지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이야기해 온 문규현․정종훈 신부와 수경스님을 필두로 한 순례단이 마침내 남태령을 넘어 서울에 입성한 것이다.

오체투지 103일째인 16일 오전 순례단은 경기도 과천시 관문체육공원에서 서울맞이 기념행사를 연 후 오후 2시경 남태령 고개에 도착했다.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 지리산 노고단 하악단을 출발해 이날 남태령에 오르는 순례단과 함께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행렬은 1km가 넘게 늘어섰다.

아스팔트에 고인 물에 온 몸이 젖고 내리는 빗물이 눈에 흘러들어가 따갑지만 순례에 참가한 이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남태령에 올라서기 전 개그맨 노종렬씨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1000여명의 시민이 운집, 순례단의 서울 입성을 축하했다. 특히 용산참사 현장에서 매일 미사를 진행중인 문정현신부와 유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생명에 대한 참회와 성찰의 기도, 소통부재 시대의 새로운 희망 찾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촛불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마음을 전달했지만 여전히 과오를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거짓 녹생성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있는 순례단의 서울 입성을 축하드린다”고 환영했다.

법륜 스님은 “사람답게 살려면 다른사람을 헤치지 말고 남의재산을 빼앗지 않고 다른 이를 괴롭히지 말며 속이지말고 진실해야 한다”며 “이런 길을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잘못을 지적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가 잘못을 지적해 주어도 뉘우치지 않기에 예수가 십자가를 대신 짊어졌듯이 순례단이 오체투지로 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수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순례단의 지적을 듣고 지도자는 참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남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오전에 처음 오체투지를 했지만 너무 힘이 들었다”며 “예전 전국 각지에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 ‘상소문’을 등에 지고 남태령을 넘었던 선조들의 마음으로 이명박 정권의 ‘녹슨삽질, 미친질주’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체투지를 하며 더 낮은 자세로 생활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며 “민주노총이 더 많은 노동자,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용산 참사로 희생된 故 이상림씨의 부인인 전재숙씨는 “용산 참사로 죽은 철거민은 5명인데 죽인 사람은 없고 오히려 희생자의 아들이 구속돼어 재판을 받고 있다”며 “또한 검찰은 중요한 증거가 실려있을 것으로 보이는 3천여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문정현 신부는 “동생인 문규현 신부가 오체투지를 하고 있지만 용산참사 현장에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며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에 찾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낭독한 ‘서울선언문’을 끝으로 행사를 마친 1000여명의 시민들은 징소리에 맞추어 한몸이 되어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이들은 오후 5시경 사당역 인근 정각사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순례단은 20일 명동성당에 도착 ‘5.18 29주년 시국미사’를 진행하며 21일에는 청계광장을 거쳐 조계사로 이동해 생명평화 시국법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25일 서울을 떠나 6월 6일경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하게 된다.

한편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순례단의 최종 목적지인 북한의 묘향산 상악단으로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이 시민들이 오체투지에 함께 했다.ⓒ 민중의소리

▲ 문규현신부와 수경스님, 정종훈 신부, 지관스님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남태령에 올라서기 전 개그맨 노종렬씨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1000여명의 시민이 운집, 순례단의 서울 입성을 축하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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