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언론의 편향된 보도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복수의 언론은 시민 불편 등을 제기하며 총파업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풍겨왔다. 23일 총파업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총파업에 많은 은행원들이 참여하지 않았으며 직원들이 성과연봉제에 사실상 찬성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금융노조 총파업 현장 모습. 빈 자리가 많이 보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압력으로 인해 많은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진=금융노조 총파업 참여자 제공)

금융노조 총파업, 언론사들의 사측 편향 보도 이어져

특히 경제지들의 편파 보도행태가 두드러진다. 미디어스가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등 5개 경제지의 23일 총파업 보도행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노조에 불리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개 경제지는 이번 금융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벌어진 기업은행 사측의 총파업 저지를 위한 '직원 감금' 등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개 경제지의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보도행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23일 한국경제는 '금융업무 차질 불가피', '4대 은행 참여율 3% 내외' 등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대부분 시민불편, 총파업 참여율 저조 등을 주제로 삼았다. 매일경제 역시 '은행대란', '은행 영업 차질' 등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고, 머니투데이는 '금융노조 파업, 텅 빈 은행', '고객 불편 불가피' 등을 주제로 기사를 송고했다. 아시아경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은행', '금융노조 총파업의 두 모습' 등을 주제로 삼아 역시 노조에 불리한 기사들을 작성하고 있었다.

심지어 머니투데이는 "파업 규모가 예상보다 작음에 따라 정부와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속도를 낼 전망"이라며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조합원 지지가 부족해 성과연봉제 저지에도 힘이 빠질 전망"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물론 해당 기사에는 사측의 파업 불참 강요에 대한 내용은 없다.

5개 경제지 중 그나마 서울경제만이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벌어지게 된 성과연봉제에 대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담아 기사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지상파 3사의 금융노조 파업 관련 보도 현황.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방송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금융노조 관련 최신 소식을 살펴본 결과, '정상영업'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노조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보도를 전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들 역시 기업은행 사측의 직원 감금 등의 행위들에 대한 보도는 거의 하고 있지 않았다. SBS만이 짧게 한 차례 보도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단순히 금융노조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종편 역시 사측의 파업 불참 강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MBN은 '내일이 월급날인데 은행 파업한다고? 시민불편은'이라는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금융노조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뉴스전문채널인 YTN 역시 '은행 정상 영업'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로 모든 정보를 가장 신속하게 접할 수 있는 연합뉴스 역시 기업은행 사측의 강요에 대한 소식은 단 한 차례도 전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총파업 무색 은행 점포 혼란 없어' 등을 주제로 금융노조 총파업의 영향력이 적다는 데 중점을 두고 기사를 작성했다.

편파적 보도행태 벌어지는 이유는?

이러한 보도행태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미디어스는 경제부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들은 대체로 광고와 금융사, 홍보팀의 관계를 생각한 언론사의 결정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췄다.

경제부 기자 A씨는 "일반 대중들이 금융과 공공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업무의 특수성들을 이해시키지 않고 절대적인 수치만을 발표하는 언론의 탓이 분명 있다"며 "다수의 언론사들이 금융권에서 나오는 홍보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측의 논지에 가까운 논리를 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 기자 B씨는 "이런 부분은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부분도 있다"며 "솔직히 은행권 역시 회사의 큰 광고주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경제부 기자 C씨는 "금융권 광고는 사실 어찌 보면 홍보팀 마음대로 주는 경향이 있어,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라며 "예전에 한 관계자가 장난식이기는 했지만 다른 금융사 홍보팀과 모임도 하고 있으니, 우리한테 잘하라는 식으로 말한 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부 기자 D씨는 "어제 기업은행 사건 같은 경우에 보도를 하지 않은 부분은 아무래도 언론사에서 기업은행 사측과의 관계를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솔직히 보도를 한 매체와 하지 않은 매체가 눈에 띠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D기자는 C기자의 발언에 대해서 "사실 어느 분야나 홍보팀 관계자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고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제부 기자 E씨는 "이러한 보도행태에 대해 금융권 광고와 관련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이 쪽 업계에서는 홍보팀 관계자들이 기자들과 언론사의 등급을 매긴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편파적 보도행태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파업에 따른 불편을 강조하고, 본질을 외면하는 이런 보도행태는 사실 언론계의 오랜 잘못된 관행"이라고 밝혔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번에 제가 독특하게 본 것은 이미 네이버 댓글에서도 성과연봉제를 비판하는 댓글이 더 많을 정도"라며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이미 무엇이 쟁점이고, 무엇이 본질인지 다 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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