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17일 1시 20분] 연행자 460여 명 넘어

16일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경찰의 무차별 폭력 진압으로 수백여명의 연행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6일 오후 11시 기준 460여 명이 연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6년 하중근씨 사망사건에 항의하며 도로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포항지역 건설노조원 700여명 전원이 연행된 이후 단일 집회 연행자수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 하루종일 비가 내린 16일, 대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화물연대가 16일 故 박종태 열사투쟁 승리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날 경찰의 작전은 '대한통운까지 유인해 때려잡기'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 경찰들은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등을 선두로 한 1만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대한통운까지 행진할 때까지 별로 막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 결의대회를 마친 후 1만 2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중리 4거리 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앞서 화물연대 결의대회와 전국노동자민중대회 장소였던 대전청사에서 대전중앙병원까지 행진은 사진 신고가 돼 있었으나 대전중앙병원에서 대한통운까지는 예정에 없었던 행진코스였다. 물론 경찰은 병원과 대한통운 사이에 있는 대전동부경찰서 앞에 전경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쌓아두고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는 등 행진 대오를 막긴 했으나 이내 뒤로 쭉쭉 물러나기 시작했다.

중간에 한 두 군데 더 바리케이트가 있었으나 경찰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길을 열어줬다. 행진 과정에서 선두에 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만장으로 사용한 대나무를 이용해 수십대의 전경버스를 파손하는 등 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경찰과도 별다른 마찰없이 파죽지세로 대한통운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이 대한통운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대한통운 주변은 경찰들로 겹겹히 둘러쌓여 있었고, 약 30여 분간 대치국면이 지속됐다. "대한통운을 접수하자"는 조합원들을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이 "총파업 투쟁에 집중하자"고 달래 집회를 정리하고 대전중앙병원으로 다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대오가 뒤를 돌기가 무섭게 앞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통운 앞 4차선 도로는 전경버스가 꽉 들어차 있어서 빠져나갈 퇴로가 턱없이 좁았던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도로가 약간 경사져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뛰어나갔을 때 압사 위험이 있는 지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경찰은 그런 상황까지 계산해 놓은 듯 방패와 곤봉을 휘밀고 들어왔고, 역시나 경사 진 도로에선 수 십 명의 참가자들이 경찰에 밀려 넘어지고 깔렸다.

▲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 중이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노동자들이 만장으로 사용한 대나무로 경찰들의 진압을 막아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경찰들은 마치 '인간사냥'이라도 나선 듯 보였다. '조끼와 우비를 입은 사람은 다 연행하라'는 지침이 떨어진 곳곳에서 무차별 연행이 벌어졌다.

연행자 1명 당 5~6명씩 달려들어 분풀이를 하듯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댔고, 여성과 남성, 참가자와 시민을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연행해갔다.

경찰들은 인도 한 쪽에 참가자 50여 명을 몰아넣었고, 이들은 쪼그리고 앉아 양손을 머리에 얹어놓고 연행을 기다렸다. 5.18사진에서 많이 봤던 시민들을 연행하가던 계엄군의 모습, 딱 그 모습이었다.

▲ 경찰들이 인도로 참가자들을 토끼몰이하듯 몰아 연행을 하려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경찰이 참가자들을 구석으로 몰아 곤봉으로 내리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경찰들은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이 탄 관광버스를 통채로 연행해가기도 했다. 실제 충남지역 참가자들은 버스에 타고 있다가 동부경찰서 근처에서 전원 연행이 됐으며, 금호타이어노동자들이 탄 전세버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연행됐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조합원들도 연행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버스를 버리고 기차 등을 이용하기 위해 대전역으로 흩어지기도 했다.

대전 지역에서 좀처럼 시위를 볼 일이 없었던 대전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민들은 기자를 보자마자 자신들이 목격한 경찰폭력을 제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시민은 "시위하는 사람들이 대나무로 경찰차를 부수길래 혀를 찼더니 경찰들이 더 너무한 것 같다"며 "어떻게 도망가는 사람들을 저렇게 짓밟을 수 있느냐"고 성토했고, 또 다른 시민은 "몸이 후들후들 떨려 말을 못하겠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전 시민들은 "정말 이건 아니다", "경찰이 너무 한다", "경찰이 미친 것 같다"고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 경찰들이 마구잡이로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부상당한 참가자가 병원에 입원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화물연대 깨기? 무차별 연행.."총파업 흔들리지 않는다"

이날 경찰의 대규모 연행작전은 화물연대 총파업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실제 이날 작전으로 파악된 화물연대 조합원 연행자 수만 165명에 달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총파업을 앞두고 화물연대 지도부와 조합원들을 연행해 총파업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에 대해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섬에 따라 화물연대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은 흔들림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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