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슈스케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대체 어떻게 한국에는 끝도 없이 명창이 나오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겨운 악마의 편집이다. 때문에 슈스케가 새 시즌을 시작하는 날이면 이 두 가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게 된다. 22일 시작된 슈퍼스타K 2016.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는 여전했고, 후자는 확 달라졌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첫 방송에 공개된 출연자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슈스케만이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이 첫 방송에 당연히 대어급을 내놓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후라 할 것이다. 나중 일을 미리부터 단언할 수는 없고, 일단 첫 방송에 공개된 신인들의 모습은 일단 이번 시즌 슈스케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Mnet <슈퍼스타K 2016>

무대 전체가 불필요한 장식을 거둬낸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었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무빙라이트로 참가자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시청자에게 지루하지 않을 화면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참가자 주변에 떠다니는 먼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진짜로 엠넷이 참가자들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나 싶기도 한 부분이다. 반면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등장한 타임배틀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보였다. 심사위원들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음향효과를 넣는데, 아무래도 청취에 다소라도 방해요소가 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예고 재학생인 여고생 박혜원부터 지리산 소년 김영근, 청원경찰 조민욱, 버클리음대 재학생 이지은, 18세 소년 김예성, 캘리포니아 느림보로 소개된 이세라, 유일한 그룹 참가자인 코로나까지 모두 올 패스로 합격티를 거머쥔 얼굴들이다.

Mnet <슈퍼스타K 2016>

그 중에서 지리산 소년 김영근이 부른 윤종신의 <탈진>과 그룹 코로나의 자작곡 <너의 손 잡고>는 곧바로 음원을 발표할 정도로 심사위원과 제작진을 감동시켰다. 특히 김영근의 <탈진>이 시청자에게 관심을 끌었다. 과거 강승윤이 슈스케에서 윤종신의 노래를 불러 한동안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에 다시 첫 방송부터 윤종신 노래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참가자가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는 이세라였다. 밥 딜런의 노래 <Make you feel my love>를 끝까지 잔잔하게 불렀다. 오디션이라 하면 일단 고음부터 기대하는 것이 상식이라 할 수 있는데, 고음 한 번 내지 않고도 심사위원 7명의 귀를 설득한 것이 더 흥미로웠다. 물론 그렇게 계속 한다면 오디션의 특성상 오래 생존하기는 어렵겠지만 고음이 난무하는 오디션에서 혼자 유유자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평화로워 좋았다.

Mnet <슈퍼스타K 2016>

그렇다고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다음 주 예고로 등장한 참가자는 등장하자마자 아버지가 대기업 부사장이라는 사실에 집중했다. 도대체 노래를 하는 것과 참가자의 아버지 직업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가뜩이나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빠진 사회 분위기에 참가자의 스펙에 심사위원들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슈스케 제작진과 심사위원들에게 같은 날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 소개됐던 김주대 시인의 <부녀>라는 시를 전해주고 싶다.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이의 추운 발소리를 듣는 애비는 잠결에 귀로 운다’

아니 멀리 시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이날 소개된 참가자들만 해도 지리산에서 올라와 막노동으로 생활하는 김영근, 은행에서 청원경찰을 하는 조민욱이 있고 앞으로도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듯이 간신히 견디듯이 청년시기를 보내는 참가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흐뭇하게 변화된 슈스케를 만끽하다가 마지막에 기분을 망쳐버렸다. 악마의 편집이 사라져 모처럼 평화로웠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옥에 티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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