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금융노조의 9·23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직원들의 퇴근까지 저지하며, 반 강제적으로 파업 참가자 명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이 총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에 총파업 불참 회유·강요…퇴근도 안 시켜

기업은행에 재직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A씨.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의 직원들과 함께 23일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A씨의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A씨는 사측으로부터 황당한 일을 당했다. 기업은행 측은 퇴근한 지점장들을 사무실에 복귀시킨 후 '지침'을 전달했다. 노조와 사측이 내일 있을 총 파업에 50% 이상은 가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으니, 미참가 인원 명단을 작성하지 않으면 퇴근을 시키지 않겠다는 지침이었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었다. 비슷한 시각 노조에서 보낸 문자에는 "사측의 거짓말이니 믿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융노조가 기업은행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미디어스

이때부터 직원들을 파업에 불참시키려는 사측과 직원들 사이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계속해서 면담이 이어지고, 심지어는 개개인을 지목하면서 "너, 너 가지마"라고 하기도 했다.

사측은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직원들에게 파업 불참을 권유했다. 지점장실에 직원들을 모으자 지역본부장이 "신중하게 잘 생각하라. 한 번의 선택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잃어 우리가 쌓아온 이미지를 실추하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우리가 시스템을 바꿀 수 없으니 좋게 받아들이자"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컨퍼런스콜이 끝난 후에는 다시 지루한 면담이 이어졌다. 부지점장은 직원들에게 "너네들 지점장님 퇴근 못 하게 할 거냐"면서 "그거 가는 게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회유했다. "가서 별로 바뀌는 것도 없고 그렇다. 우리만 튀어서 뭐 할 거냐"면서 "이런 걸 보면 민주주의가 다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 경영진의 총파업 파괴 공모"

금융노조는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기업은행 지점 곳곳에서 사측이 내일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명단을 제출하라며 은행원들을 퇴근시키지 않고 반감금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금융노조는 기업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의 제보를 받아 이같이 밝혔다.

금융노조는 "파업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며 퇴근까지 못하게 하는 비상식적 작태는 9·23 총파업에 참여하는 금융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파업을 깨뜨리려는 중대한 불법 범죄이자 인권 침해"라며 "특히 전 영업점에서 동시다발로 똑같은 퇴근 저지 감금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은행 경영진들의 총파업 파괴 공모가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노조 기업은행 지부는 현재 전 영업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초유의 반감금 사태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의 불법행위를 당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독려와 언론 제보,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항의 등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측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아직까지 파업불참명단을 내지 않고 버티는 직원들이 울면서 전화하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너 정규직 전환 안 할 거야, 너 승진 안 할 거야 등의 협박을 하고 있다"며 "우리 직원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총파업을 결정한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경영진은 이런 직원들을 억압하고, 압박하고, 인사권을 운운하며 협박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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