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로 방송을 떠났던 정형돈의 복귀 소식이 들려왔다. 고대하던 소식에 대중은 환호했고 또한 그를 환영했다. 그런데 이후 전해진 새로운 소식에 대중의 반응이 점점 돌아서고 있다. 신현준과의 100억대 영화제작 시나리오 작업을 필두로 데프콘과의 노래 작업도 이미 끝나 22일 발매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결정타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정형돈에게 등을 돌린 대중의 정서는 딱 한 마리로 정리가 가능해 보인다. 다양한 의견들과 냉소적 반응이 줄을 잇고 있지만 다 모아 보면 “왜 다른 것 다하면서 무도만 안 하냐”는 것이다. 사실 무도팬이라면 사실 그 이유를 모를 리 없다. 그러기에 정형돈이 무도 복귀를 막연한 미래로 미뤄둔 것도 탓하지 않았다. 무도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무한상사에 깜짝 등장해서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유재석을 향해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라는 대사를 전한 정형돈에 팬들이 뭉클해 하며 진심으로 정형돈의 쾌유를 빌었던 마음이 이제는 원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런데 정형돈에 대한 호의가 식어버린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동안 진짜 쉰 것이 맞냐는 의심이다. 시나리오와 음악 작업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뚝딱해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복귀의 시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간아이돌>에만 복귀하는 것처럼 발표가 됐던 것이 괜한 오해를 사게 된 셈이다.

첫 번째 반응은 몰라도 두 번째 이유는 전적으로 정형돈 혹은 소속사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솔직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시기를 조절했어야 했을 것이다. 시나리오 작업 발표나 데프콘과의 음원발표를 꼭 이 시점에 발표해야 했을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시차만 좀 두었어도 지금 같은 후폭풍은 없었을 것이다. 욕심이거나 혹은 미숙함이 정형돈의 복귀를 꽃길에서 자갈밭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정형돈에 대한 대중의 애정과 응원이 남달랐던 점을 감안한다면 복귀에 관련된 내용은 조금씩 언플하듯이 기사로 낼 것이 아니라 따로 자리를 만들어 정형돈이 직접 밝혔다면 아마도 반응은 많이 다를 수 있었을 것이다.

MBC every1 <주간 아이돌>

그러나 마치 <주간아이돌> 하나만 복귀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갑자기 영화에 음원까지 쏟아져버리니 그동안 아픈 걸로만 알았던 정형돈에 대한 의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무도에 복귀만 했다면 없었을 의심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무도에 대한 대중의 사랑에 상처를 입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기는 거 빼고 다 잘하는, 달리 말하면 예능인의 재능이 없는 정형돈을 지금의 미존개오나 사대천왕으로 만들어준 것이 무도인데 이제 와서 배은망덕하다는 말도 나온다. 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연예계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은 급변한 대중의 반응으로 정형돈의 공황장애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무도에 복귀하지 못한다는 정형돈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던 대중이 이처럼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꽃길이 분명했던 정형돈의 복귀가 이처럼 자갈밭이 된 것은 분명 속도조절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좀 더 솔직하고 겸허한 자세로 수습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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