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국정교과서가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축소할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연구Ⅱ-역사과 교육과정'에 수록된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 예시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ㆍ18 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의 항의를 받고 있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개발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내용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4색 사고 모자 쓰고 토론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학생이 타임머신을 타고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의 시위 현장 중 한 곳에 간다고 생각하고 4가지 입장을 나타내는 색깔 모자를 쓰고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당시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교수·학습 방법이다.

네 가지 입장은 각각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 ▲민주화 운동을 반대하는 부모님 ▲민주화 운동 진압에 동원된 경찰 ▲민주화 운동을 보도하는 기자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맞춰 토론한 후 역할을 바꿔 다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토론을 마치면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제시한 역할 구성이 민주화 세력과 집권 세력 간의 구도가 아니다. 역할 구성을 학생과 반대하는 부모, 동원된 경찰 등으로 구분해 민주화 운동의 취지를 살릴 만한 토론 구도가 성립될 수 없다. 게다가 박정희 독재 정권 당시의 민주화 운동은 시위 현장의 사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노웅래 의원은 "당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은 독재 정권에 항거하기 위함이었지, 부모님과 경찰에 반대해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며 "교과서의 역할 분담 예시는 당시 독재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은 "국정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심하고 박정희 정권 등 독재 정권의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집필하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이 돼 간다"며 "교육부는 즉각 집필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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