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K리그와 관련된 여러 소식들 중 뜨거웠던 건 ‘전주성’에서 전해졌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까지 올렸던 이종성과 이동국. 여러 논란도 있습니다만 축구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의견, 또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단 입장, 모두 이해가 됩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레전드’의 은퇴 자리도 있었습니다. 울산이었죠. K리그의 여러 기록들을 남긴 김병지 선수의 은퇴를 위한 경기로 포항전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앞선 이종성-이동국 사태보다는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친 듯합니다.

18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북 현대와 수원 블루윙즈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공을 앞에 두고 수비진에 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 그라운드의 수준, 품격을 한번 더 생각하게 했던 지난 라운드. 그러나 이 여러 소식들 사이에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잔디’로부터 비롯됩니다. 경기 당일 잔디의 상태 악화로 갑작스럽게 경기가 취소된, 상주시민운동장이 주인공이죠.

토요일 예정됐던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홈팀 상주는 경기장을 담당하는 시에 잔디보수를 요구했고, 경기 전까지 완료를 예상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도 있었지만, 잔디 준비 여부부터 이미 그 가능성이 낮았던 잔디 보수. 결국 경기는 열리지 못했고 연휴 마지막 날, 상주와 인천은 인천으로 옮겨 경기를 치릅니다.

원정팀은 물론 홈팀에게도 많은 금전적, 체력적 손실을 안겨줬던 이번 ‘잔디사태’! 비용적인 측면과 어려운 구단 사정과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많이 언급되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시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은 참 드물었습니다.

17일 오후 4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축구 상주 상무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가 경기장 사정으로 취소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어디까지나 홈구장이 구단의 소유가 아닌 현실이, 문제의 또 다른 원인이라 생각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자각이나 지적 혹은 반성은 찾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 본질을 놓친 듯합니다. 상주 상무도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것이 상주 구단의 책임은 아니니 말입니다.

1년간 시즌을 치르며, 또 폭염의 여름과 폭우 사이를 지나며 잔디는 분명 상했겠죠. 하지만 그래도 국내를 대표하는 리그, 그것도 1부리그의 무대라기엔 부족합니다.

더 비난받고 각성을 해야 이런 일이 없을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게 믿음가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슈들 사이, 정작 가장 크고 중요한 이슈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듯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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