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진짜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설경구와 송윤아의 결혼식을 앞두고 ‘송윤아 결혼 반대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저 몇몇의 남성이 마음을 삐딱하게 먹은 단순 ‘질투’가 아니다. 난데없이 설경구가 ‘불륜’범, 그리고 ‘패륜’남으로 확장되고 있다.

송윤아와 설경구의 결혼에 찬물 끼얹는 글이 아고라에 올라온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저주이고, 그 끔찍하다는 양가 부모들의 반대보다도 살 떨리는 광경이다. 일찍이 세상 천지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저주가 쏟아지던 결혼이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여론재판

▲ 설경구-송윤아 결혼발표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한 번 보자. 설경구와 송윤아의 결혼 기자회견 직후 ‘설경구 전아내의 친언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아고라에 올라왔다. 이혼 과정에서 설경구가 몹쓸 짓을 가족들에게 해 놓고는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진실을 알아달라는 일종의 호소이자 폭로였다. 이어 설경구 전 아내 친언니의 딸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가 또 하나의 글을 아고라에 올렸다.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글은 설경구의 이혼이 정상적인 갈라섬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이모와 사촌을 걱정하였다. ‘설경구 전부인의 가족입니다’라는 글에서는 심지어 기자들에게 “더 신중하고, 확실한 사실만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까지 하고 나섰다. 해당 글들은 현재 자진 삭제되거나 내용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그 글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 ‘익명’의 글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 글이 일부 사실이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는 거다. 모든 이혼은 관점에 따른 해석의 차이가 있다. 문제는 그 이후 현재 아고라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여론재판의 양상이다.

설경구-송윤아 결혼은 이미 단두대에 올라가 있다. 극형의 대중적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이게 무섭다. ‘송윤아 결혼 반대 국민 서명운동’에 1100명이 넘게 서명을 하며 그와 그녀를 쌍끌이로 욕하고, 밑도 끝도 없이 설경구가 ‘개나라당’에 입당했다고 하지 않나, 설경구는 ‘개경구’가 되고 쥐나라당에 가입해야 할 놈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광란들 말이다.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불륜’이 천하에 때려죽일 이유란다.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한다. 사이버 모욕죄에 반대한다. 식상하기 그지없는 표현이지만, 남의 입에 재갈 물리면, 내 입에도 재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감시하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내용과 상관없이 억압적이다. 일명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을 만들어 내는 속셈만으로 불온하다. 허나 설경구-송윤아 결혼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반응은 뒤통수를 후려친다.

악플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욕이나 해대고, 쓰레기 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네티즌들은 그럼 인터넷 실명제라는 틀이 아니면 무엇으로 막아낼 수 있는가 초조해진다. 그래도, ‘교육’의 의미를 강조하고 표현의 자유를 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엔 상황이 너무 파쇼적이다. 이번 건은 정말이지 ‘신념’이 무너진 것처럼 충격적이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

▲ 아고라에 등장한 설경구-송윤아 결혼 반대 청원 ⓒ 다음 아고라 캡처
이성을 되찾고, 지성으로 돌아오길…

우리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너무 손쉽게 말한다. 일차적으로는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신문, 지하철 앞 무료신문, TV, 온라인 연예매체 등등. 말 그대로 연예인 뒷담화의 홍수 시대이다. 증권가 찌라시 등으로 대표되는 ‘카더라’ 소문들이 언젠가부터 제도 매체의 권위로움에 안착하여, 인터넷과 입을 통해 퍼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 번도 왜 연예인 사생활의 모든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하고, 혹은 알 수밖에 없는 환경인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연예 뉴스가 확대 악생산 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진중히 들여다 본 적이 없다.

설경구-송윤아의 결혼 반대가 그러하다. 집단지성의 놀이터라고 칭송되던 아고라 역시 연예인 문제에 있어 만큼은 합리적 토론이 안 된다. 이성도 논리도 부재하다. 그저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추고 쑥덕거리며 통 크게 ‘여론재판’을 벌일 뿐이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농염한 변태들이다. 낄낄거리며 너무 깊숙이 그/녀들의 삶으로 파고들어갔다. 아고라는 정체불명의 글 하나에 벌겋게 달아올라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논란을 만들었다. 주거니 받거니 그 글에 쉽게 반응했고, 원초적으로 자극받았다.

아시다시피 그렇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진위 여부는 뒷전이 된다. 어쩌면 이 논란의 끝에 가면 언제나 그랬듯 진실 여부 따위는 아예 상관없는 무엇이 되고, 가해자 없는 피해자만 남게 될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사적이어야 할 영역이 공론의 장에서 가차 없이 공격받는 처참하고 가혹한 재판이다.

현재 아고라의 결혼 반대 청원과 관련하여 ‘티워’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설경구-송윤아 결혼반대 서명운동입니다. 배우의 결혼에 대해 서명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50%가 넘는 이들이 ‘사생활 침해’라고 답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일 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주자. 누구에게도 그들의 결혼을 막아 세울 명분을 부여받지 않았다. 그들의 사적 영역에 개입하여 감놔라 배놔라하며 결혼까지 막아 세울 권력을 주지 않았다. 시간 아까운 감정 노동을 그만 멈춰라. 제발 이성을 되찾고, 지성으로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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