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동반 입대 편의 에이스는 아무래도 코리안특급 박찬호거나 야구선수 출신 배우 이태성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편이 분명 상식적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면서 우리들의 에이스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체력검정에서 박찬호를 두 번이나 추월하면서부터 다크호스였던 이시영에게 에이스라는 호칭을 붙여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군부사관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훈련 ‘비상이함’에서 걸크러쉬 이시영의 본능은 여지없이 살아났다. 그저 수치상으로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되는 다이빙대의 높이지만 막상 뛰려고 올라가면 상식 밖의 두려움을 받게 된다. 실제 함정 높이는 그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좀 봐준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조차도 처음 대하는 사람, 특히 여성들에게는 가히 공포를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 해군부사관 특집

훈련에 앞서 교관은 훈련 자원자를 찾았고, 물론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모범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지원자가 나섰다. 그는 바로 벌벌 떠는 여성 후보자들 중의 군계일학 이시영이었다. 그런 이시영을 여군 후보생들은 물론이고 남군 후보생들도 의아한, 존경스러운 시선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랬으면 다이빙대에 올라서 멋진 멘트 정도는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소감을 묻는 교관의 질문에 이시영은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간식 주십니까?”라고 소심하게 대답 겸 질문을 했다. 그러자 교관은 큰소리로 말하라고 했고, 이시영은 “간식이 먹고 싶습니다”라고 간절하게 외쳤다.

아, 그때 비로소 어떤 착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이시영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이것은 예능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시영이 예능을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이시영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관이 훈련을 마치고 간식을 먹으라고 하자 좀전의 간절함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해맑게 미소 짓는 모습에 또 한 번 웃어야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 해군부사관 특집

그러나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초코파이의 유혹이었기에 웃으면서도 왠지 웃을 수만도 없는 복잡한 순간이었다. 초코파이가 동기부여가 됐던 것인지 이시영은 박찬호조차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뛰어내린 다이빙대에서 교관의 호각소리가 들리자 단 일초의 주저함도 없이 몸을 던졌다.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왠지 웃기기도 한 이시영이었다. 그 놈의 초코파이가 뭐라고.

그렇게 해군부사관 특집의 에이스 이시영의 헷갈리는 다이빙은 어쨌든 멋지게 마쳤지만 진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시영의 동료들 중에는 당연한 반응이지만 유난히 두려움을 겪고 있는 후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소공포증가 있는 솔비와 물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러블리즈 서지수. 그나마 솔비는 고소공포증 하나만 극복하면 된다지만 물과 높이에 대해 두 가지 두려움을 겪고 있는 서지수는 정말 심각해 보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 해군부사관 특집

훈련이 시작되면서부터 눈물을 멈추지 못한 서지수는 마침내 다이빙대에 섰을 때에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이 붉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시영의 영향었을까? 과거의 경험상 다이빙대에서 상당히 긴 시간을 보낼 거라 보였던 솔비와 서지수가 의외로 훌쩍 뛰어내린 것이다. 또 그런 서지수의 반전 용기에 자극받은 솔비 역시 망설임 없이 뛰게 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누가 봐도 솔비와 서지수는 이번 특집 여성 후보자들 중에서 구멍이 분명했고, 그렇게 단호하게 두려움을 극복할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집고 그들은 스스로와의 싸움에 적극적인 자세였다. 비록 신체적으로, 체력적으로는 구멍이 될 수밖에는 없겠지만 대단히 치열한 정신으로 입대를 결정했음을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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