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지금 나의 노트북에는 나만의 음악 앨범 폴더가 하나 있다. 이 앨범은 나만 가지고 다니며 듣고 있는 앨범이고, 당연히 앨범 안의 곡과 트랙리스트도 세상에서 딱 하나뿐이다. 앨범의 제목은 대충 <장필순 – 소길화> 정도로 해두었다. '소길'은 지금 장필순이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새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이 된 장필순이지만 외부로 보이는 모습은 다소 조용했다. 정규 앨범은 2003년에 발표한 <Soony Seven>이 마지막이었으니 햇수로 벌써 3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3년의 시간 사이가 모두 '공백'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달라진 시대에 장필순과 조동익, 그리고 푸른곰팡이 레이블도 달라진 방식을 택했다. '소길화(花)'와 'Soony Rework'란 작업을 병행해갔다.

둘 다 앨범이 아닌 노래 하나, 즉 싱글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소길화'는 새로 작업한 신곡 위주로, 'Soony Rework'는 이름 그대로 기존에 발표했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다시 작업한 곡들이 중심이었다. 나만의 앨범이라고 한 <장필순 – 소길화>는 바로 이 두 가지 프로젝트에서 공개한 곡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었다. 대개 이렇게 싱글을 하나씩 공개하고 이를 묶다보면 앨범으로서의 일관성이나 통일성이 부족한데 '소길화(花)'와 'Soony Rework'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작업을 통해 공개된 곡들을 모아 쭉 듣고 있으면 이건 의도된 하나의 앨범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곡들의 정서와 사운드의 방향이 닮아 있다. 이 일관됨의 배경에는 음악감독 조동익이 있었다.

앞서 'Soony Rework'를 설명하며 "나는 기존에 발표했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다시 작업했다"고 썼다. 지금 '소길화(花)'와 'Soony Rework'에는 조동익이 들려주고자 하는 확고한 소리들이 있다. 각 곡들의 작업 크레디트에서 조동익은 자신이 하는 역할에 대해 'SynthWork & Electronics'라고 적어놓았다. 조동익은 시종일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귀를 자극하는 앰비언스를 곡 안에 주입시키고 있다. 이런 기계적인 소리에 대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미디에 관심을 보여 왔고, 모두가 공인하는 장필순의 명반 <Soony 6>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했다.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이주원을 기리는 헌정 앨범 <바람은 강물을 만났을까>(2014)에서도 장필순과 조동익은 '고요한 저녁'을 다시 부르며 슬픔과 어두움과 쓸쓸함을 둘만의 사운드로 표현했다. <Soony Seven>의 시작을 알리는 파격적인 노래 '눈부신 세상'이나 푸른곰팡이의 옴니버스 앨범인 <강의 노래>에서 둘이 함께 부른 '엄마야 누나야+오래된 슬픔 건너'의 사운드도 그 연장선이다. 신서사이저로 하는 작업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곡들의 중심을 잡고 있다 해도 장필순의 목소리와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전해지는 온기는 둘만의 들려줄 수 있는 독창적인 소리다.

여기에 나만의 앨범인 <장필순 – 소길화>의 트랙리스트를 공개하지는 않겠다. 앞서 언급한 노래들과 '소길화(花)'와 'Soony Rework'의 곡들을 가지고 각자의 흐름과 취향에 맞게 트랙리스트를 배열한다면 각자의 앨범이 만들어질 것이다. 얼마 전 장필순은 새로운 노래 '사랑, 아무 것도 아닌 얘기'를 발표했다. 6월에는 'Soony Rework'의 하나로 6집에 실린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를 다시 작업해 공개했다. 그 안의 소리들은 여전히 그동안 작업해온 흐름을 따르고 있다. 난 이 두 곡을 기존에 만들어놓은 <장필순 – 소길화>에 추가할 예정이다. 곡에 담긴 온기만큼이나 볕이 좋은 날들이다. 더 많은 <장필순 – 소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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