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위원들이 활동 종료 이후 1년 동안 언론관련 임용직에 진출하지 않기로 선언하자는 야당 추천 양문석 위원의 주장에 대해 여당 추천 위원들 대다수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몇몇 위원들은 “자리 제의가 들어와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11일자 경향신문 ‘“1년간 언론관련 임용직 안맡겠단 선언하자”’에 따르면, 민주당 추천 위원인 양문석 위원(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올 가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만 29석이 나온다. 그런 부분에 미련을 두면서 (일부 미디어위원들이) 자신의 활동과 토론 내용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밖에선 있다”며 “미디어위원 모두가 향후 1년간 언론 관련 임명직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정파적 행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방송계 안팎에서는 MBC 사장 임명 등의 막강한 권한을 쥔 방문진의 차기 이사장 후보로 한나라당 추천 위원인 모 교수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5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위원회의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 다양성에 관한 공청회’.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에 <미디어스>가 미디어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양 위원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 결과, 대다수 여당 추천 위원들은 “모욕적 발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우룡 위원장(한양대 석좌교수)은 “한 분의 주장일 뿐이다. 미디어위가 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며 “노 코멘트”라고 밝혀 양 위원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헌 위원(시변 공동대표) 역시 “그런 직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여당 위원들에게만 해당되므로 양 위원의 제안은 여당 위원들에 대한 상식밖의 공격”이라며 “과거 야당 추천 위원들은 그런 직종에 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고 하지 말라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 그렇다면 본인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1년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께 하는 게 차라리 균형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우리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시민단체 출신인 최홍재 위원과 강길모 위원은 “제의가 들어오더라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홍재 위원(공언련 사무처장)은 “방송사 쪽으로 갈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다. 제의가 들어오더라도 거부하겠다”며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위원들에게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강길모 위원(미발연 공동대표)은 “마치 미디어위원들이 떡고물을 바라는 사람인 것처럼 매도했다. (1년간 언론관련 임명직 미진출에 대해) 선언하자면 100번이고 200번이고 다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나는 애당초 그런 것을 바라고 온 게 아니다. 불러주지도 않을 뿐더러 제의받아도 갈 의사가 없다”며 “나는 그저 국민을 위해 미디어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싶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시민운동가들이 얼마나 많이 관직에 들어갔느냐. 시민운동가가 국록을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인격과 학식을 갖춘 전문가 집단을 향해 양 위원이 모욕적 발언을 했다. 일부 위원이 미디어위활동이 끝난 후 언론관련 임명직에 진출할 것이라는 외부의 의혹은 일방적인 얘기”(김영 위원·전 부산MBC사장 ) “갈지 말지는 본인의 판단이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위원들을 능멸하는 얘기”(윤석홍 위원·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등의 의견이 있다. 여당 간사인 황근 위원(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역시 양 위원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대다수 야당 추천 위원들은 선언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강상현 위원장(연세대 신방과 교수)은 “일부 여당 위원들이 미디어위 활동이 끝나고 논공행상식으로 갈 개연성이 있다는 외부 지적이 있다 보니 예전부터 야당 추천 위원들 사이에 그런 제안이 있었다. 사적 이익을 배제하고 공적 논의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제안이라고 본다. 공식안건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현 위원(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은 “양 위원의 제안은 기본적으로 여당 추천 위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만 이야기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이에 동감한다”면서도 “공동선언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중간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른 위원들도 “1년이 아닌 5년으로 못박아야 한다”(최상재 위원·언론노조 위원장) “기꺼이 동참하겠다”(박경신 위원·고려대 법대 교수) “미디어위가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하다”(최영묵 위원·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국민적 합의를 위해선 위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것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강혜란 위원·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위원들이 (외부 자리를) 바라고 온 게 아니라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박민 위원·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관련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김기중 위원·민변 변호사) 등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당 추천의 최선규 위원(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은 “노 코멘트”라고 밝혔고, 변희재 위원(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은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정완 위원(경희대 법대 교수)과 야당 추천인 문재완 위원(한국외대 법대 교수)은 전화 통화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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