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2주에 걸쳐 방영된 ‘2016 무한상사’는 생각했던 것만큼 엄청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로써 예능의 새로운 장르가 또 새로이 열리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물론 과거부터 예능은 패러디를 목적으로 한 드라마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 무한상사가 딱 그런 것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 웹툰 릴레이 정도로 6주 정도 길게 갔었다면 드라마가 아니라 시놉시스를 본 듯한 아쉬움은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에는 김은희 작가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예산의 문제도 현실적으로 풀기 힘든 것일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러나 이번 무한상사는 패러디가 목적이 아니라 드라마를 목적으로 한, 시청자를 위한 드라마 본연에 충실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분명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콩트와는 경계를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의외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한국 티비는 드라마 아니면 예능일 정도로 오락적 요소가 비대해져버렸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드라마에 대한 불만과 결핍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무한도전의 드라마 도전은 비록 한정된 예산과 시간으로 완성도를 다 가져가지 못했어도 결코 흔치 않는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렇다면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반복해온 다른 장기 프로젝트 아이템들처럼 무한상사의 드라마 도전 역시 반복될 가능성을 갖고 있고, 또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요소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각본과 감독을 김은희, 장항준 두 사람 즉 외부에 맡겼지만 장기 프로젝트화 한다면 무한도전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무한도전의 드라마는 이제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설혹 무한도전에서 다시 하지 않더라도 다른 예능에서 이어갈 수도 있다면 좋겠다. 예능 시간에 드라마를 기다리는 뭔가 어색하지만 색다른 긴장감이 있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리고 예능의 드라마 제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메이킹 분량의 확대다. 이제 시청자들은 드라마로서 만족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뒷이야기에도 관심이 매우 크다. 엔지를 비롯해서 드라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배우와 스태프들이 어떻게 공들여 만드는지 그 땀의 현장감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기존 드라마 특히 영화로서는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가능한 서비스다. 그러나 예능이라면 다르다. 배우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예능인들이 있기에 메이킹이 또 남다르다는 것도 강력한 무기다. 그저 촬영 뒷모습의 소소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녹이지 못한 예능을 메이킹을 통해 보충할 수도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그리고 이번 무한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하차를 알린 정형돈의 특별출연이다. 사실 정형돈의 이름에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색하고 인정하기 싫은 반응을 일으키지만 어쨌든 지면을 통해서 전했던 정형돈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시청자와 동료들에게 더 먼 미래의 약속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라는 형식이라 더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아니어도 좋고, 약속이었지만 지키지 못하더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