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 2일에서 3일 1박2일 동안 충북 영동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열띤 교육이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6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2016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를 개최한 것이다. 그동안 지역별로 노동법교육이나 이주 관련한 워크샵 등이 간헐적으로 진행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규모로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상담법률학교가 열린 것은 거의 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노동상담소 등지에 이주노동자 관련 상담이 급증하는 데 비하여 이에 대한 상담체계가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다. 상담은 늘어나는데 실제 조직화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차원의 상담법률학교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제기되어왔다. 향후에는 정기적인 교육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민주노총에서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이주노동자 상담의 A부터 Z까지를 총망라하는 교육을 준비하였고, 애초 예정했던 40명을 훨씬 뛰어넘은 60여명의 활동가들이 전국에서 참여한 것이었다.

상담학교의 시작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정영섭 사무국장이 교육을 진행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 “강요된 이주”는 어떻게 발생하는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왔는지, 산업연수생을 거쳐 고용허가제도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단속추방과 제도적 문제, 잘못된 제도에 맞서 투쟁한 이주노동자들의 기록까지 상세한 사진과 영상자료를 활용하여 이주노동자운동의 큰 그림을 그려주는 입문 강의로 손색이 없었다.

두 번째 시간은 [이주노동과 출입국관리법]이라는 주제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가 심화강의를 진행하였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출국할 때까지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한 비자별 체류자격에 따른 체류기간, 활동범위, 취업유무 등을 매우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이주노동상담에서는 필수적이었다. 출입국관리법 조항과 판례가 워낙 많고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재량범위가 넓어서 소위 말하는 case by case에 따라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연속으로 두 개의 강의를 듣고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바로 세 번째 강의가 시작되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활동가들 중 누구도 불평을 표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교육 분위기는 뜨거웠다.

2016년 9월 2일에서 3일, 충북 영동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2016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가 진행됐다.

첫 번째 날 마지막 강의는 [이주노동자 상담실무1]로 10년간 한국이주인권센터에서 이주노동자 상담활동을 하다가 현재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상담실장으로 활동 중인 김기돈 노무사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주노조에서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물었던 멘토와 같은 선배였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다시 배워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체류비자별 종류와 외국인 등록증 보는 법, 임금상담, 산업재해 상담, 형사 사건 상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및 강제추방에 관한 상담 등 본인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강의 자료는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사망하였을 때 무슬림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고 시신방부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저렴하게 방부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 등은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들이었다.

무려 8시간에 걸친 교육을 마치고 밤10시가 되어 신나는 뒤풀이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8 시부터 교육이 예정되어 있어서 약 2시간가량의 짧고 굵은 뒤풀이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활동가들과 함께 회포를 푸는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 본인도 너무 사람들이 반가웠던 나머지 술을 종류별로 섞어 연거푸 마시다보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결국 숙소로 올라가 뻗어버리고 말았는데 다음날 후문으로는 새벽 3시가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 7시에 기상한 활동가들도 있었다고 한다.

숙취를 뒤로 한 채 아침 8시부터 시작된 둘째 날 강의는 [이주노동과 제도]라는 제목으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진행하였다. 이 강의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서울에서 충북 영동으로 내려온 강사님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정책의 변천 과정을 설명해나갔다. 특히 평소에 자주 접하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E-9)와는 별도로 주로 중국이나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취업제(H-2)제도와 예술흥행(E-6), 해외투자기업 기술연수제도(D-3), 선원 이주노동자(E-9-4, E-10-2)까지 제도의 의미와 문제점, 개선방안을 짚어주었다.

마지막 강의는 연평균 500~600건이 넘는 노동 상담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경주 이주노동자센터의 오세용소장이 [이주노동자 상담실무2]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실무강의를 진행하였다. 상담실무라는 주제에 걸맞게 구체적인 상담 사례를 하나씩 들면서 유형별로 정리를 해주는데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였다. 마치 이주노동상담에 대한 족집게 강의를 듣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 이주노동자 상담을 계속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문제해결사로 비춰지게 되어 실무자가 상담만 반복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이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이주노동자 상담을 통해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사업장 이동 등 이주노동자가 직면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한다하더라도, 고용허가제와 출입국관리법을 바꾸어낼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상담만 반복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꽤나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았다.

끝으로 1박2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에게 포스트잇으로 평가의견을 받은 것 중 인상 깊은 것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 베트남어 상담한 지 1달밖에 안 되었으니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여기 찾아와서 배운 것도 많고 특별히 멋진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번이라도 만나게 되면 인연이 될 수가 있고 서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수고하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 그동안 언론에서 ‘불법체류자’라고 했던 사람들을 아직 등록되지 않은 노동자라고 표현한 ‘미등록이주노동자’라고 불러야한다는 것은 확실히 배워갑니다. 용어, 말을 바르게 쓰고 세우는 것부터 출발.

■ 정말 반가운 교육입니다. 직접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권적 차원에서라도 받아야할 교육입니다. 교육내용도 구체적이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 전국의 이주단체활동가들이 모여서 관련법 지식+구체적 상담교육을 공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잘 알지 못했던 것, 머리로 이해하면서 마음으로 실천하지 못한 것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2회, 3회 거듭할수록 더욱 더 많은 전국의 이주활동가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배우고 토론할 수 있는 상담법률학교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이주노동상담법률학교 뒤풀이 시간에 다 같이 부른 [하나된 노동자 Labor is the one] 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노래패 좋은친구들 3집에 실린 노래로 1절은 한국어 2절은 영어로 되어있고, 한번 들으면 이주노동자들도 곧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가사와 멜로디가 간단하다. 이번엔 아쉽게도 영상을 찾을 수 없어 민중가요를 들을 수 있는 PLSONG.COM 링크를 걸어놓는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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