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문제를 두고 ‘언론 전선’은 이미 나뉘어졌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의 경우 경향과 한겨레가 ‘의혹 적극 해소’ 쪽이고 서울신문이 다소 적극적인 양상이다. ‘조중동’은 이른바 ‘면피’만 하는 꼴이고 나머지는 침묵을 지키거나 쟁점을 비틀고 있다.

조중동, 편집회의라도 함께 하셨는지 …

오늘자(5일) 아침신문 가운데 삼성 비자금 파문과 관련해 눈에 띄는 세 신문이 있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가 그들이다. ‘면피’만 하는 양상이 참 비슷한데, 기사를 싣는 면수와 단수도 ‘똑 닮았다’. 어쩜 그리도 비슷한지 편집회의를 함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 조선 중앙 동아일보 11월5일자 12면. (왼쪽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오늘자(5일) 12면 <“돈 안받으면 호텔할인권-와인 이용을”>에서 다른 언론들이 지금까지 제기했던 의혹을 ‘정리’해서 삼성 해명과 함께 3단으로 배치했다. 관련 내용이 지난 3일 보도가 됐고, 오늘자(5일) 경향과 한겨레 등이 추가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1면에 배치한 모습과는 참 대조적이다. ‘면피’ 혹은 ‘마지 못해’ 걸쳐가는 지면배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선일보 역시 비슷하다. 같은 날 12면 <수위 높아지는 ‘삼성 의혹 폭로전’>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물증으로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거론하며 3단으로 이 기사를 배치했다. 지금까지 이 같은 내용이 폭로됐을 경우 ‘빠른 속도’로 추가취재를 통해 후속기사를 내보냈던 지금까지의 조선일보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는 데다 사안 자체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상황에서 만일에 대비해 ‘한 줄 걸치고’ 가는 듯한 인상이 짙다.

▲ 한겨레 11월5일자 1면.
‘한심한’ 중앙일보 … 언제부터 그리 인용을 잘하셨나 …

가장 ‘한심한’ 곳은 중앙일보다. 동아 조선과 면피성 지면배치에 면수와 단수까지 같지만 세 신문 가운데 가장 ‘표 나는’ 지면배치와 기사를 선보였다.

중앙일보는 오늘자 12면 <삼성 전 법무팀장 “검찰에 로비” 주장?>에서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를 간략히 종합 정리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이 참 한심하다. ‘3일에는 MBC '뉴스 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 ‘김 변호사가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한 …’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일보가 자체적으로 취재한 것은 없고 지금까지 다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이다. 언제부터 중앙이 그렇게 인용을 잘했는지 몰라도 ‘참 꼬박꼬박’ 인용해주는 ‘자세’가 놀랍다. 삼성 말고 다른 보도에서도 그런 원칙을 지켜주면 좋으련만.

국민일보의 용감한(?) 비틀기 … ‘조중동’ 참고좀 하길

‘조중동’ 세 신문 가운데 중앙일보가 가장 ‘문제’가 많지만 사실 오늘자(5일) 국민일보에 비하면 중앙일보는 ‘양반’이다. 지금까지 삼성 비자금 ‘축소보도’에 있어 동아 중앙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었던 국민일보의 경우 오늘자(5일) 6면에서 이런 기사를 실었다.

▲ 국민일보 11월5일자 6면.
<김 변호사 왜 이제와서 / “7년간 102억 받고 떠난뒤 양심선언” / 뜻밖 폭로에 궁금증 증폭>.

제목에서 알 수 있겠지만 내용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무식’한 건지 감을 못 잡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삼성과 ‘사돈지간’인 동아일보도, 그리고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도 ‘대놓고’ 못하는 지면배치를 국민일보가 나서서 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동아와 중앙이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지금 ‘분위기’는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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