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며, 지난 연말연시 한나라당의 엽기적인 대국민전쟁 도발을 막아낸 결과물이 허무하게 무너지려나 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 추천한 9인 위원들은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추천한 11인 위원들에 견줘 ‘내공’은 현격한 차이를 내며, 압도적이며 지배적인 학습능력과 현실적 설득력을 발휘하며 ‘소전투’에서의 승리를 이어왔다.

하지만 한나라당 추천 위원 일부의 ‘지연작전’에 말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상황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다.

어릴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지만 딱 하나가 있는데, 굿판의 사이비 무당들이 새벽에 읊조리는 주술이다.” 그 때 어린 나는 어머니께 “그게 뭔데예?” 하고 여쭸다. 어머니 왈 “날만 새면 내 돈이~요~오~날만 새면 내 돈이~요~오” 하며 해 뜰 때까지 사이비 무당들이 염불이랍시고 주술이랍시고 읊어대는 기도문, 졸고 있던 사람들은 제 돈 나가는 줄 모르고, 그것이 염불인양 기도문인양 제 입으로 따라 합창하는 주술이 세상에 유일한 ‘공짜’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한나라당 일부 추천위원들의 행태를 보면, “날만 새면 법 개정이~요~오, 날만 새면 방송장악 성공이~요~오” 하는 작태를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하기야 저들 한나라당 추천 위원 일부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간만 지나면, 그들은 8월부터 시작되는 각종 방송계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기 위해 ‘박 터지게 달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8월이면 MBC를 지배하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사 9명이 뽑힌다. 관행으로 보면, 여당 6명 야당 3명이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쯤 회의를 하는 이들 방문진 이사들이 받는 돈은 연간 최소 4천만원 이상이다.

당연히 시간만 가면, 최소한의 방어율을 기록하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연간 4천만원 이상 3년 임기니까 총 1억2천만 원 이상의 ‘용돈’을 벌 수 있는 자리에 한껏 가까워지는 조건을 안게 된다. 최소 6명 최대 9명의 방송 관계자, 그것도 현 정권과 코드를 일치시키고 있는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11월이면 KBS이사회도 임기를 다한다. 정연주 전 사장을 퇴임시키는데 일등공신들이 6~7명이나 되는 KBS 이사회도 연간 4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한 달에 한 두번의 회의만 하고 벌어들이는 자리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교육방송공사 EBS도 9명의 이사회를 재구성하게 된다. 공영방송3사의 이사회 자리가 적게는 27석이 만들어지고, 연간 평균 수입이, 한 달에 한 번쯤의 회의에 참가하는 댓가로, 평균 4천만원 이상인 이사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이들을 뽑으라고 하면,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추천한 11명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위원들’일 터.

한나라당과 선진당 지도부의 심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날만 새면 내 돈이~요~오~날만 가면 내 자리요~오~’가 되는데 굳이 민주주의 운운하고, 여론의 댜양성 운운하며, 정권의 정치적 보복과 정치적 보은을 폭로하고, 일본식 장기집권의 토대를 만들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도를 비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야당이 추천한 9인 위원들의 안타까운 몸짓만 어리숙하게 허공에 흩어져 보일 뿐이다. 27석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정에서 적으면 한 자리도 없고, 많으면 9석이나 그것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로지 민주주의, 여론의 다양성,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뜬 구름마냥 보이는’ 명분을 걸고 싸움을 하려치면 그들의 심적 사회적 괴로움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끝내 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역사적 흔적을 남기고 논리적 근거를 남겨 후세에 전하려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 이 몸부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나, 비록 사회적 이슈로서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극적 긴장감이 없어 뉴스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는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건이요 논쟁이요 몸짓임을 뼈에 새겨야 한다.

야당 추천 위원 9인의 아름다운 희생이 결국에 한국 민주주의의 거름이 될 것이고, 역사가 될 것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자율적인 형성과정의 모범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그들이 한나라당 추천위원 일부처럼 연간 과외수입 4천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황금만능주의적 행복’을 만끽하지 못하더라도, 한국 민주주의의 올곧은 원칙인 ‘희생’이 그 흔적과 근거를 남김으로써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대장정’을 하였노라 당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쯤에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60일의 행군과 앞으로 남은 40일 간의 치열한 논쟁을 위해서, 마음같아서는 ‘향후 1년이고 2년이고’ 위원들은 임명직 공직에 나서지 말자는 각서를 써고 공포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어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야 추천 위원들이 국민의 대표이며, 미디어전문가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한다.

망상일 수 있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이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조차 않는다면 이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직무유기요, 한나라당 추천위원 일부의 차별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 내외적 상황의 급격한 변동을 따라잡지 못하는 집단이 실패의 멍에를, 따라잡는 집단이 성공의 면류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의 결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민주주의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겠다고 하는 의미에서, 야당 추천 위원 9명의 당당하고 의연한 ‘1년 간 임명직 공직진출 거부 선언’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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