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부산지역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나, ‘미발위 공청회 무용론’이 불거질 조짐이다.

미발위는 6일부터 부산지역을 시작으로 5월 한 달 동안 부산, 춘천, 광주, 대전, 인천 등 5개 지역에서 지역 공청회를 개최, 재벌과 조 중 동의 방송 진입을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지역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6일 진행된 부산 공청회에서 지역민 의견 수렴은 말뿐인 요식행위로 진행돼, 공청회 방청객의 거친 항의가 제기됐다.

▲ 5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 다양성에 관한 공청회’ⓒ공공미디어연구소
이날 부산지역 공청회에 앞서 미발위의 여야 추천 간사단은 2시간의 공술인 진술과 1시간의 방청객 질의응답을 내용으로 ‘공청회 진행’안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공청회의 공술인 진술은 예정시간을 넘어섰으며 지역민의 의견 수렴에 할애된 시간은 대부분 축소됐다. 사회를 맡았던 한나라당 추천의 김우룡 미발위 공동위원장은 예정된 시간에 이르자, 방청객의 진행 요구를 묵살하고 공청회 폐회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지역민 의견 수렴 없는 공청회 파행도 문제지만, 이날 공청회는 지역민이 가지는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법에 대한 판단과 생각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측 공술인이 주장하는 언론 관련법 설명회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추천의 공술인 구성도 지역민 의견 수렴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나라당의 언론 관계법에 대한 부산 지역민의 의견을 대변할 공술인을 찾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측 공술인은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 강경근 숭실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이윤길 동아대 교수 등으로 이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 전남 출신이다. 서울, 전남 출신이 부산지역의 의견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부산 MBC 출신인 이윤길 동아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지역 MBC의 방송자주권 확보 방안 등을 주장해 부산지역 민심을 대변하지는 못했다.

이같은 공청회 파행은 예견됐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역 공청회 개최와 관련해 한나라당 미발위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지역 공청회가 일정을 핑계로 5개 도시로 한정됐으며 이와 관련해 여야 추천의 미발위 위원간의 줄다리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미발위 활동을 100일 안에 서둘러 마치려는 한나라당의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추천의 황근 미발위원은 “물리적 시간을 감안해 지역 공청회 5회를 잡은 것”이라면서 “앞으로 있을 공청회에서는 방청객 토론 시간을 더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청회 파행과 관련해 이날 참석한 방청객은 부산 공청회 무효를 선언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날 공청회는 기존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며 미발위 여야 추천의 공술인이 진술하는 형식이 아닌 언론 관련법 발의자가 직접 나와 설명을 진행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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