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문제로 뜨겁던 지난해 5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대통령이 사과하는 게 쉬운가? 그러나 사과했다. 이제 할 것 다 한 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받은 돈을 아들 집을 사주고 아들이 투자했는데 이것은 개인적 사익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의 성격보다 더 나쁘다.”

검은돈만 놓고 비교했을 때, ‘전 재산 29만원’ 전두환의 죄질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것보다 낫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을 때는 통치자금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는 데에 많이 사용했다”라고 덧붙인다. 오늘(5월 6일) 아침 전파를 타고 흘러나온 망언이라는 점을 짚어둔다.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미디어스
이런 막말하는 홍 의원이 가련하고 측은하다기보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검사였고 국회의원이 됐으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집권여당의 지도부에 앉아있다는 사실에 결국 불쌍한 쪽은 1년 전 아침이나 오늘 아침이나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을 포함한 국민이 아닐까 싶다.

조목조목 반론 펼칠 가치가 별로 없어 간략하게 응수한다. “노무현은 사과했다. 이제 할 것 다 한 거다.”

그 대신 홍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물을 게 있다. “지난 2001년 이명박 대통령(당시 사업가)이 김경준씨를 만난 지 어떻게 한달 만에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나요?”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위와 같은 내용을 기자들이 홍 의원에게 물었을 때 답변을 회피했기 때문에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당시의 홍 의원 대답은 “식사 했어요?”였는데 밥 많이 먹었으니 이제 보다 성실한 답을 요구하는 바이다.

한나라당의 실세 중 하나인 만큼 홍 의원의 발언들은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작년에 경찰의 물대포 사용과 여대생 군홧발 폭행사건 등 촛불집회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서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이는 만큼 용서해 주자”고 말한다. 반면, 서민을 볼모로 하는 ‘부자 감세예산안’ 합의를 막고자 3당 원내대표 회동 현장을 기습(?)한 민노당에 대해선 ‘깡패집단’이라고 묘사한다.

어느 쪽이 더 깡패에 가까운지 생각해볼 일이다. 촛불집회를 반미 시위꾼이 주도했고 서울 도심이 해방구가 되었다는 식으로 경찰의 폭력을 사실상 정당화했던 홍 의원이다.

“MB 정부가 출범하면서 747 공약을 했는데 그 중에 마지막 7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달성했습니다. 세계 7대 강국에 들어가겠다, 7% 성장, 4만 불, 세계 7대 강국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메달 13개 따고 세계 7대 강국에 들어갔기 때문에 7% 성장, 4만불 그것만 달성하면 마지막에 7대강국은 집권 6개월 만에 달성했기 때문에 잘 되리라고 봅니다.”

747에서의 7대 강국은 경제 규모를 기준으로 내 건 공약인데 농담이라 쳐도 심하지 않은가. 작년 8월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의 발언이다.

홍 의원은 오늘 라디오에서 이렇게도 얘기했다. “수천억 먹은 대통령은 구속되고, 수십억 먹은 대통령은 구속이 안 된다면 그것은 검찰이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한 때 검사였던 그에게 묻는다. 노무현이라는 권력으로부터 100퍼센트 자유로워진 검찰이 왜 “정치적” 결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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