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를 연재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원톤(1Ton) <Make The One Tone>

이제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신인 밴드이지만 여느 신인보다 더 활발한 경력을 쌓아왔다. EP와 싱글을 발표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그로 인해 멜로딕 펑크의 강국인 일본에서도 활동해왔다. 한국에서보다 두 달 먼저 일본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다. 멜로딕 펑크란 장르에 맞게 잘 만든 멜로디와 거친 사운드를 잘 조화시켰다. 3인조 밴드임에도 라이브에서 들려주는 사운드의 강렬함과 에너지는 이들이 왜 일본에서 주목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비록 척박한 현실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선 좋은 멜로딕 펑크 록 밴드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왔다. 원톤은 그 뒤를 이을 자격이 있는 밴드다.

이지혜 오케스트라(Jihye Lee Orchestra) <April>

앨범을 이끄는 이지혜는 이미 음반을 발표한 적이 있다. '지요'란 이름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음반도 발표했던 이지혜는 2011년 유학을 떠나 작곡을 공부했다. 4년간 수학한 뒤 발표한 첫 결과물이 이 앨범 <April>이다. '지혜 리 오케스트라'란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선 드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을 내놓았다. <April>의 4월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4월이다. 이지혜는 "세월호 사건을 위시하여 세상에 일어나는 비극과 무고한 희생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그림자가 강하게 비치곤 하지만, 한국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임인건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야누스는 1978년 처음 세워진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클럽이다. 야누스의 막내였던 피아니스트 임인건은 그런 야누스를 기억하고자 한국 재즈 1세대 연주자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 임인건은 처음 야누스에서 정기음악회를 가졌을 때처럼 여느 앨범보다 스윙하며 재즈의 색을 진하게 표현한다.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이 부른 '바람이 부네요'나 클라리넷 연주자 이동기가 '노래'한 '하도리 가는 길', 그리고 같은 곡을 플루겔혼으로 연주한 '하도리 가는 길'의 연주 버전 등 아름답고 따뜻한 곡들이 있고, 한편엔 'I'll Remember 이판근'이나 '야누스 블루스' 같은 열정적인 곡들이 있다.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한 곡, 한 곡이 완성도도 뛰어나고 깊이도 있다. 이 앨범이 야누스의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임인건의 말은 그런 의미의 연장일 것이다.

DGM <The Passage>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지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처음부터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분류돼왔지만 파워 메탈의 요소를 영민하게 조화시켜왔다. 전작 <Momentum>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각각의 곡이 가진 매력이 더 잘 드러나게 만들었다. 파워, 스피드, 사운드, 구성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20년을 세월을 견뎌온 밴드에게 색다른 혁신을 요구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욕심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앨범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세련되고 깔끔한 헤비메탈 앨범이 만들어졌다.

The Preatures <Blue Planet Eyes>

호주 출신의 밴드 프리쳐스는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 때문인지 2014년에 나온 첫 앨범 <Blue Planet Eyes>가 얼마 전 정식 발매됐다. 그동안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게 안타까울 정도로, 이들의 무대를 처음 본 많은 관객을 매료시킬 정도로 이들의 음악은 매력적이다. 이들의 음악을 설명할 때 '누디스코(Nu-Disco)'라는 장르가 심심찮게 등장할 만큼 이들의 음악은 몸을 흔들기에 적절한 음악이다. 로큰롤과 뉴웨이브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기분 좋은 리듬감과 에너지를 전파한다. 프론트우먼 이사벨라의 매력적인 음색과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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