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무슨 혁명이냐?” 광화문의 야경이 부풀어오를 대로 올라 가장 화려했던 어느 밤, 광화문의 포장마차에서 들었던 ‘주정’이었습니다. 그날, 심하게 웃어 제쳤던 몹쓸 낙관주의, 모든 촛불을 대신해 감히 이 지면을 빌어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정확히 1년 전 오늘 올려졌던 촛불은 흔적도 없이 꺼졌습니다. 그리고 1년 사이 촛불이 봉화가 된다 한들, 추락하는 시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던, 자유 낙하에 대한 어느 술자리의 시니컬한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듯도 싶습니다.

그래서 촛불 1년을 맞는 심경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주말이라 ‘말랑’하기까지 해야 한다니 사뭇 서럽기까지 합니다. 이번 주 말랑한 미디어는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이하 불필연)입니다. 몇 개의 기획된 아이템들을 제치고 선택된 문자 그대로의 ‘연대기’입니다.

원래 ‘불필연’은 지난 1995년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씨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에서 발간했던 책의 이름입니다. 세계 걸작 영화 100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씨네필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한 권쯤은 갖고 있을 희귀본입니다. 이 제목이 지난 2006년 ‘대추리, 새만금, 줄기세포, 화상경마공원, 카지노, 비정규직, 기륭전자, 양심적 병역거부, 사학법, APEC, WTO, 여성농민, 한미 FTA, 전략적 유연성’까지, 미쳐가던 대한민국의 오늘에 대한 은유적 기록으로 재탄생했었습니다. 오래된 문장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수고로움은 여전히 영화가 운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믿는 17명의 독립영화 감독이 기꺼이 맡았었습니다.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작품은 그 두 번째 이야기,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입니다. 진보적이고 독립적임을 자부하는 영상 활동가들이 ‘더 커진 분노를 가지고, 더 다양해진 작가들의 참여와 더 넓어진 연대로 신자유주의 삽질공화국’에 맞서기 위해 탄생시킨 새로운 프로젝트 입니다.

촛불은 혁명이 아니었습니다. 계속되는 이야기, 점진적인 실천이었습니다. 분노가 깊어지는 만큼 은유도 깊어지고, 연대가 넓어지는 만큼 표현도 다양해지리라 믿습니다. 가장 강한 것은 가장 유연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으며, 말랑하되 강한 여러분의 주말을 기원합니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2 : 320 project>

1.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 이마리오
2. 용산참사 : 안창규
3. 콜트 : 김성균
4. 철거의 공식 : 최은정
5. 나의 기도 : 최진성
6. 가락시장 : 임춘민
7. taxi driver : 문정현
8. 효순씨 윤경씨 : 김태일
9. 오체투지 : 문성준
10. 거꾸로 가는 세상 : 김환태

<작품소개>

- 제목 : 가락시장

- 감독 : 임춘민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2 : 320 project>의 전편은 http://cafe.daum.net/09crazykorea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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