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두산에 0-9 완패를 당했다. 전날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기아는 두산의 에이스 장원준을 상대로는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완패하고 말았다. 1위 팀 두산의 힘은 한 번 기회를 잡았을 때 집중력을 과시하며 승리를 이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완패당한 기아에게 희망을 준 김윤동의 호투

기아는 두산을 상대로 7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했다. 두산 선발이 에이스 장원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김윤동의 투구는 대단한 호투가 아닐 수 없다. 김윤동의 전 경기는 최악이었다. 5이닝을 채우기는 했지만 11실점을 하며 대패를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김윤동이 전 경기인 NC전에서 11실점을 한 상황에서도 그를 다시 선발로 내세운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기아의 현실적인 고민도 컸다.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인물이 그만큼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좌우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윤동은 기아 선발의 미래라는 점이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김윤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와 두산의 경기는 8회 결정 났다. 7회까지 치열한 마운드 대결을 벌이던 경기는 8회 완전히 두산의 몫이 되었다. 1사 후 최주환의 2루타는 신호탄이 되었고, 박건우의 빗맞은 안타는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좌익수와 중견수, 유격수까지 뛰어들었지만 교묘한 지점에 떨어진 타구는 안타가 되며 흐름을 바꿔 놓았다.

박건우의 타구를 기아 야수가 잡았다면 경기 흐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분위기는 급격하게 두산의 몫이 되었다. 기아는 임창용으로 투수를 바꾸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지난 경기에서 문제가 있었던 오재원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중요한 순간 높은 공을 던진 임창용의 그 허무한 한 수는 결국 이번 경기가 두산의 몫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민병헌을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김재환에게 3점 홈런을 내주며 경기는 완전히 두산의 몫이 되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은 4개의 안타를 치며 4득점을 했고, 9회에는 타자 일순하며 4개의 안타, 4개의 사사구가 쏟아지며 5득점을 하며 경기를 완전히 지배해버렸다. 9회에도 정수빈이 3점 홈런을 쳐내며 기아와의 원정 경기를 1승1패를 기록할 수 있었다. 7회까지 침묵하던 두산 타선은 첫 안타가 터지며 고도의 집중력을 과시하며 2이닝 동안 9점을 얻으며 완승을 거뒀다.

기아가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선발로 나선 김윤동의 호투 때문이다. 기아로서는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신인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다. 과거 최고의 구단이었던 타이거즈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어린 호랑이들이 성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올 시즌을 끝내고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로서는 내년 시즌을 책임져줄 선발 자원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인 투수들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신인들의 성장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김윤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윤동이 전 경기에서 11실점을 했음에도 뚝심 있게 그를 마운드에 세운 것은 그가 스스로 경험하며 성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감독의 바람처럼 김윤동은 NC전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호투를 보였다. 빠른 직구와 뚝 떨어지는 싱커를 주무기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한 김윤동은 5이닝 동안 87개의 투구수로 무피안타, 6탈삼진, 4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했다.

5회 3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그 위기마저 벗어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강력한 두산 타선을 상대로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6개의 삼진까지 잡아냈다는 점에서 김윤동의 투구는 최고였다. 전 경기에서 10개의 안타에 3개의 홈런까지 내주며 무참하게 무너진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김윤동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신인 투수는 그렇게 성장해간다는 점이다. 최악의 부진에서 어린 선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렇게 성장해서 좋은 투수가 되어간다는 점에서 기아가 비록 완패하기는 했지만 김윤동이라는 신인 투수의 가능성을 봤다는 사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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