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0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지도부의 사퇴를 유보, 재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안경률 사무총장만 사표를 제출했을 뿐이다. 그리고 당무 관련 쇄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지도부 문책과 관련한 모든 논쟁을 접기로 했다는 보도다.

김정권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이번 보선 결과는 지도부나 어느 누구 탓이 아니다. 보궐 선거를 통해 당·정부에 반성할 기회를 주신 것…재보선 결과에 대한 민심을 당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보선 결과를 거부하면 국민이 더 큰 채찍질을 할 것이다”고 밝혔는데, 도대체 한나라당이 말하는 민심의 의미는 뭘까?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국민이 내린 채찍이다. 이번 선거 통해서 자성할 점이 많을 것이다.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표가 말하는 국민들이 내린 채찍은 왜 한나라당을 향했을까? 뭘 자성하겠다는 건가?

대변인의 민심과 대표의 채찍과 자성의 실체는 너무나도 엉뚱하게 홍준표 원내대표가 발언해 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안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까 화나고 지도부가 밉더라도” 지도부를 유임해 달라고 촉구했다는 것.

▲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나라당이 연어 흉내를 내는 모양이다.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보면서, 우리도 연어 한번 해보자고 작심한 듯하다. 하지만 민심은 연어가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오를 때는 환호하지만, 한나라당이 민심을 거꾸로 거슬러 오를라 치면 또 다른 채찍으로 더 강하고 세게 내리칠 텐데… 이 일을 어찌할꼬. 이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서 유임만 호소하는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마저 인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실망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지난 12월에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통과시키려고 했던 언론악법이 도사리고 있다. ‘조중동방송 재벌TV’로 방송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후, 일본처럼 ‘장기집권’을 기도하려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타가 바로 4·29재보선의 결과다.

지난 연말연시 두 차례에 걸쳐 엽기적인 전쟁을 감행했던, 그것도 국민들을 향해 전쟁을 도발했던 한나라당이 재보선 결과 ‘0대6’의 성적표를 들고서도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봉숭아학당의 정치권 버전인 봉숭아정당’을 과시하고 있으니.

그래, 붙어보자.

언론악법을 밀어붙여 6월에 한나라당의 내부 결집을 시도하면서 지도부 유임의 근거를 만들려는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정치적 보복과 보은을 통한 한국 민주주의 초토화’를 꿈꾸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기도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와 야당 연합군의 ‘제3차 전쟁’이다.

아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속가능한 존속이냐 아니면 조기 멸종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존속이냐 독재로의 회귀 고착화냐를 결정하는 전쟁이다.

진정한 민심은 어디로 흐를지 한 번 붙어보자. 민심은 한나라당의 지도부 유임을 위한 하나의 수사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존폐를 결정하는 천심임을 다시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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