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주년을 맞은 SBS <토요일이 좋다-백종원의 3대 천왕>(이하 <3대 천왕>)이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4~5개 해당 맛집을 소개하는 콘셉트에서 벗어나, 두 개의 음식 주제에 각각 두 곳의 맛집을 소개하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지난 27일 방영분에서는 ‘족발’과 ‘닭발’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출연진 또한 ‘족발’, ‘닭발’팀으로 나누어 각자가 선택한 음식을 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방영한 SBS <결정 맛대맛>처럼 각 요리에 대한 승부를 가리지는 않았지만, 대결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은 일종의 자구책이다. 지난해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첫 선을 보였을 때만해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tvN <집밥 백선생>을 연이어 히트시킨 백종원의 인기에 힘입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던 <3대 천왕>은 토요일 황금시간대로 옮기게 된다.

SBS <토요일이 좋다-백종원의 3대 천왕>

그런데 시간대를 옮긴 <3대 천왕>은 오히려 맥을 못 추고 있다. 주말 예능계의 절대강자 MBC <무한도전>의 저력이 워낙 막강하기도 했지만,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도 밀려 동시간대 꼴찌를 기록한다. 시청률도 편성 시간을 옮기기 전보다 더 떨어졌다. 금요일 심야 시간에 방송할 때는 8%를 넘었던 시청률이 편성 시간 조정 후에는 평균 6%로 하락했다.

편성 변경 이후 동시간대 3위로 추락한 <3대 천왕>의 부진은 토요일 저녁 시간대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방송사의 안일한 편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더 이상 메리트 있는 블루오션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평일 저녁 시간대 정보 프로그램을 봐도 자체 선정한 맛집이 매일 2~3개 정도 소개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음식점을 찾아가 요리를 소개하는 <3대 천왕>의 진행 방식은 백종원, 김준현, 이휘재 등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소개된 맛집 요리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한다는 점 외에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이뤄내지 못한다. <3대 천왕>이 단순 소개에서 대결 구도로 포맷을 변경한 것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27일 방영분 이후 변화된 콘셉트도 SBS <결정 맛대맛> 뿐만 아니라 KBS <2TV 생생정보> 에서도 차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SBS <토요일이 좋다-백종원의 3대 천왕>

KBS <2TV 생생정보>, SBS <생방송 투데이>, MBC <생방송 오늘 저녁> 등 지상파 정보 프로그램에서 매일 음식점이 소개될 정도로 ‘맛집 소개’는 분명 꾸준한 수요가 있는 소재다. 비록 동시간대 3위로 내려앉았지만, <3대 천왕>이 5~6%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해당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방증이다. <3대 천왕>에서 소개된 음식과 음식점은 방송을 타는 즉시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3대 천왕 맛집 리스트' 이름으로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된다.

그러나 지상파 황금 예능시간대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은 인터넷 상 화제도도 중요하지만 ‘시청률’ 또한 중요하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 방영되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처럼 시청률은 낮지만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특별한 케이스 아니면, 주말 황금 시간대의 ‘한 자릿수 시청률’은 방송사로서는 폐지 고려 0순위일 것이다.

SBS <토요일이 좋다-백종원의 3대 천왕>

그런데 불행히도 SBS는 <3대 천왕>, <런닝맨>뿐만 아니라 주말 오후에 방영하는 프로그램 모두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대 천왕>에 앞서 방영했던 SBS <토요일이 좋다-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 마이 베이비>) 또한 최종 5.1%(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 20일 종영했다. <오 마이 베이비> 후속 프로그램은 아직 미정이다.

<3대 천왕> 시청률 하락을 SBS 주말 예능 전체의 부진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맛집 소개 콘텐츠 홍수 속에 귀결된 당연한 침체로 생각해야할까. 맛집 소개 방송이 너무 많아서 고민인 시대, 토요일 황금 시간대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3대 천왕>의 변신은 방송사와 제작진의 기대처럼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선택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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