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인천 콜트에서 일하던 전체 생산직 노동자 160명 중 56명이 집단 정리해고를 당했다. 노동자들은 농성에 들어갔지만,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2008년 8월 아예 공장을 폐쇄해버렸다. 대전 콜텍은 2007년 4월 휴업통보와 함께 공장을 폐쇄했고, 7월 생산직 노동자 89명을 정리해고하며 폐업을 감행했다. 이래야만 했을까.

콜트는 세계적인 기타브랜드로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신용평가기관에서 AA+우수, CF1 현금창출능력 우수 평가를 받을 만큼 건실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의문을 더한다. 박영호 콜트기타 대표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아마도 박 대표는 한국보다 인건비가 싼 동남아 등지에서 기타를 생산하는 것이 이윤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당사 앞에 마련된 콜트·콜텍 부당해고 노동자 농성 현장에 있는 차량. ⓒ미디어스

콜트의 부당해고에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섰다. 2007년 12월에는 천막농성을 하던 조합원 이동호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8년 이인근 콜텍 지회장이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면서 20일 간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해 11월에는 본사 점거농성을 시도했다가 5시간만에 경찰에 강제해산 당했다. 2013년 2월에는 행정대집행 결정으로 콜트악기 공장에 있던 농성장을 강제철거 당했지만, 이들의 싸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부당해고 노동자 피눈물 흘리게 만든 보수언론과 김무성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보수언론의 행태도 이어졌다.

2008년 8월 동아일보는 '7년 파업의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동조합의 강경투쟁에 회사가 문을 닫게 됐다는 왜곡된 기사를 내놨다. 2014년 6월 한국경제는 노조의 생산 중단, 폭력 시위 등으로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고 2015년 9월 문화일보는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과 복지요구로 인해 콜트가 폐업수순을 밟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물론 이들 언론들은 모두 정정보도를 해야 했다. 사실이 아닌 왜곡된 보도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왜곡된 내용을 보도한 세 언론사에게 정정보도 명령을 내렸다.

한국경제는 "콜트악기가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1996년부터 10년간 순이익 누적액이 170억 원에 이르는 등 2005년까지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콜트악기에는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한국 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새누리 당사 앞에 마련된 콜트·콜텍 부당해고 노동자 농성 천막. ⓒ미디어스

그런데 정정보도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이들 언론사의 기사를 참고해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지 않고 강경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만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콜텍를 예로 들었다. 유력 정치인인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은 뉴스를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졸지에 회사를 망친 강경노조 신세가 됐다.

김무성, 사과와 함께 문제해결까지 약속

26일 오전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콜트악기·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김 전 대표가 콜트·콜텍 노동조합에 대한 왜곡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서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면서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단 말이냐"고 황당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콜트 기타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미로 만든 'No Cort' 벳지도 왼쪽 가슴에 착용했다.

▲26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기자회견에 앞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스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모 언론의 기사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이를 기초로 발언한 것인데, 해당언론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보도한 것으로 나중에 정정보도를 했다"며 "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제가 공식석상에서 발언할 때는 미리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당해 언론의 정정보도가 있고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콜트악기와 콜텍의 폐업이 노조 때문이라는 게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두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언론의 보도 내용과 이에 기초한 본인의 발언으로 인해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에 대해 잘못된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저는 노동개혁을 이야기 할 때마다 노동계와 함께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국회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당해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가장 오래된 부당해고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국회를 방문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물론 문제해결을 약속한 김 전 대표도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서서 이들의 말을 경청했다.

방종운 지회장은 "그래서 저희가 억울한 마음에 단식을 시작했다. 58일 단식 후 우리의 억울한 마음을 이해하는 분들의 동조단식이 84일 동안 이어졌다"며 "아무 대답도 없는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로 327일만에 지금에 와서야 사과함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방종운 콜트지회장은 "10년 세월에 우리 삶은 파괴됐지만, 그럼에도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을 이어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우리를 매장시키는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방종운 지회장은 "박용호 대표는 무리한 임금인상과 복지 요구로 파업했고, 불법 시위를 주도했다고 언론에 말했다. 우리는 양심적인 기업인데 노조가 불법시위로 생산시설을 마비시켜 바이어들이 등을 돌리고 생산물량이 줄어들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음은 동아일보, 한국경제, 문화일보의 정정보도로 명백히 밝혀졌다"고 전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 역시 이 언론에 속아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방종운 콜트 지회장이 기자회견하는 모습. ⓒ미디어스

방종운 지회장은 "콜트악기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했으며 산업재해가 비일비재한 사업장이었다"며 "노동부에서 산재관리 기업으로 지정해 노동자와 경찰이 합동조사해 1600만 원의 과태료를 받은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방 지회장은 "우리는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이것을 강성노조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토로했다.

방종운 지회장은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곳에 가장 필요한 것은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라며 "이 사회가 일하는 사람이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 받을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원재 콜트·콜텍공동행동 공동대책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의 사과를 흔쾌히 받겠다"며 "무엇보다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기대를 건다"고 밝혔다.

이원재 공동대책위원장은 "콜트·콜텍 노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당해고 노동조합"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나라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바로 그것에 대한 상징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올해는 이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노동계·시민과 함께 해결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공동대책위원장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닌, 단 한 번의 부채도, 위기도 없었던 회사의 정리해고"라며 "오직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다는 위험한 정리해고"라고 거듭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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