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마무리된 시점,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부러웠던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그만큼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순간, 여러 가지 장면이 있겠습니다만 놀라움과 인상적만을 기준으로 둔다면 아마 남자 400미터 계주가 아닐까요?

볼트의 3대회 연속 3관왕도 대단합니다만, 그보다 인상적으로 남은 건 육상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아시아의 도전, 바로 ‘일본’의 남자계주 400미터의 은메달 장면입니다.

그 비결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과 그에 따른 우리 육상 현실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법으로 이를 테면 바통 패스와 그 익숙함, 그리고 훈련 등이 언급되고 있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자메이카를 누르고 조 1위를 차지한 일본 대표팀. 야마가타, 이즈카, 기류, 아스카(왼쪽부터).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볼까요? 사실 일본 남자 계주 400m 팀의 이 같은 성적에는, 지난 북경 올림픽과 세계육상 선수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오래전부터 꾸준한 준비가 있었다는 겁니다.

2007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오사카에서 치른 일본, 준비는 200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2001년부터 육상대회 도전 의사를 밝히며 준비했는데요. 경쟁도시들이 2002년 초반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포기하며 안정적으로 준비해온 일본은 그 즈음부터 남자 계주팀의 도전과 나름의 의미 있는 성적도 시작됩니다.

2001년 캐나다 대회 남자계주 4위, 이어지는 대회마다 결선에 오르는 꾸준함을 보이더니 자국대회인 오사카에선 기록을 씁니다. 비록 순위는 5위였지만,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38초03! 이때부터 이미 선전은 예고됐습니다.

아사카 캠브리지(왼쪽)가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에서 일본 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서 우사인 볼트 옆에서 뛰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일본의 육상 성적을 부러워만 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입장. 하지만 2007년 대회 이후 4년 뒤 우리도 당당하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개최한, 그런 육상에 대한 열의(?)가 있던 나라입니다.

국제대회를 유치한 뒤 자랑스러워하고 세계 대회에서의 호성적에 열광하지만, 꾸준함을 가지고 준비하는 모습이나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찾기 힘든, 근시안적 모습의 반복이 이어진 우리 체육계. 그리고 이를 증명한 이번 올림픽의 여러 성적들.

아직도 메달 숫자와 순위에 집착하는 현실에서, 육상을 통해 본 일본의 도전이 주는 의미와 가치는 분명 인상적이고 부럽습니다. ‘국뽕’의 관점을 떠나 우리 체육계 전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단 점, 이번 올림픽이 준 교훈 아닐까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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