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그런데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임명된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더니, 특별수사팀 구성단계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결국 이번 수사도 '답정너'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대검찰청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영향력을 지닌 청와대 민정수석이 피의자가 된 사건이기 때문에 어떤 부서가 사건을 맡아도 공정성 논란을 회피하기 어려운 만큼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 구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공정성과 정치중립 논란은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수사? 특별수사팀장이 우병우 라인인데…

문제는 김수남 총장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한 윤갑근 고검장이 우석수 수석과 가까운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 윤갑근 고검장은 2010년 무렵 우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를 담당하게 된 윤갑근 대구고검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개입 논란이 일었던 '정윤회 사건'에서도 우병우 수석과 윤갑근 고검장이 함께 했다. 당시 검찰은 정윤회 사건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결론 짓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경정만을 재판에 넘겼다.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수석은 이 사건을 발판 삼아 민정수석으로 승진했고, 우 수석은 대검 강력부장이었던 윤 고검장을 반부패부장으로 발령내는데 입김을 넣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병우 수석이 윤갑근 고검장의 대구고검장 승진 인사검증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우 수석이 윤 고검장을 발탁했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이번 수사가 우병우 라인에 의해 진행되는 불공정 수사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이 농후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논란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검사 득실대는 검찰, 수사는 제대로 하겠나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불공정한 특별수사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 공정한 수사를 기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검찰 상부조직 자체가 '정치검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김수남 검찰 총장부터가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정치검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수남 검찰총장(오른쪽)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김수남 총장이 검사 시절 맡아왔던 사건들은 큼직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실제로 김수남 총장은 '미네르바 사건', '국정원 여직원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정윤회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수사' 등 정치색이 짙은 수사들을 지휘해왔다. 그리고 김 총장의 수사결과는 언제나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우병우 수석도 대표적인 정치검사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연루됐던 '박연차 로비 사건'을 담당했다. 이번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 윤갑근 고검장도 '정윤회 사건'을 수사했던 경력이 있다.

5대 사정기관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4대 사정기관이라고 하면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을 말하는데, 여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덧붙인 것이다. 이들은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이들을 사정기관이 아닌 권력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힘이 부여돼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정기관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요직은 '정치검사'들로 가득한 셈이다. 정치검찰의 살아있는 정치 권력 우병우 수석에 대한 수사. 수사결과에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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