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마지막회엔 용서와 화해가 가득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고는 한다.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용서할 수 없어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복수보다는 용서를 택하는 이들도 있다. <닥터스>는 김래원과 박신혜의 성장과 사랑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청혼;
김래원과 박신혜의 존재감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닥터스

막 살아가던 혜정은 할머니와 교사 지홍과 만나며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처음 맞이하는 행복한 순간 혜정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련을 맞이한다. 쉽게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할머니의 수술은 말도 안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술 도중 사망한 할머니로 인해 모든 것은 뒤틀리게 되었다.

할머니 죽음의 진실을 찾고 복수를 하기 위해 인생을 살아왔던 혜정은 그렇게 의사가 되었다.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살아가던 혜정은 그렇게 다시 병원에서 지홍과 재회하게 되었다. 지홍을 만나며 혜정의 성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의 삶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복수에 대한 집착만 존재했던 그녀는 그렇게 성장을 시작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혜정이 성장하듯 서우 역시 성장을 해갔다. 의사의 딸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던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듯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그녀는 다시 혜정과 마주하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잊었던 과거가 다시 현실이 되고 이 상황들은 마치 데자뷰처럼 서우를 사로잡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지홍과 윤도는 모두 그녀가 아닌 혜정을 택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나오는 잘못이 아닌 오직 혜정이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혜정을 증오했다. 그 증오심은 서우를 더욱 한심한 존재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진 원장이 수술을 잘못해 할머니가 사망했다는 증거까지 내밀지만 그는 형식적인 사과만 할 뿐 진심을 담지 않았다. 잘못을 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용서는 사치였다. 혜정은 그렇게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답이 없었다.

혜정이 진 원장을 찾아 말라 죽게 만들겠다는 독한 말들로 경고까지 하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되는 상황은 모두 하나의 장치로 연결되었다. 기고만장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들에게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위기가 찾아왔다. 쉽지 않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진 원장. 하지만 누구도 그의 수술을 하려 하지 않는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지홍만이 그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리고 지홍은 어시스트를 혜정이 하지 않으면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진 원장은 자신이 원수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싫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진 원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변화를 이끌게 된다.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혜정이었다. 진 원장을 증오하며 수술을 거부했던 혜정은 더 이상 증오와 복수심으로 살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모든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혜정이 복수를 내려놓고 용서를 하자 진 원장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홍과 혜정은 수술을 했고 진 원장을 성공적으로 살려냈다. 진 원장과는 원수 사이였던 둘은 원수를 살리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서우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준 친구 영국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다른 의사들은 언제나 같은 일의 반복이지만 조금씩 자신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툭 던지듯 혜정에게 결혼하자고 말했던 지홍은 보다 로맨틱한 고백을 원하는 그녀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 사랑 고백을 한다.

<닥터스>는 출연한 모든 이들이 행복한 방법을 찾았다. 진 원장과 혜정이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정의된 <닥터스>는 복수보다는 용서를 큰 가치로 부여했다. 복수에만 집착해 자신의 인생마저 송두리째 그 안에 내던진 혜정이 그 끈을 내려놓고 용서를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얻었다는 주제에 대한 평가는 각자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닥터스>는 결국 김래원과 박신혜가 아니라면 만들어질 수 없는 드라마였다. 하명희 작가의 정점은 결국 <따뜻한 말 한 마디>였음이 이 드라마를 통해 증명되었다. 초반 흐름과 중반까지 제법 흥미로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더는 매력적인 상황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용서와 화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캐릭터들 낭비가 심했고 제대로 인물들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두 주인공인 김래원과 박신혜의 행복한 결말로 둘은 흐뭇해졌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만 하다 끝난 느낌이다. 결말을 향해 나아가던 상황에서는 뭔가에 쫓기듯 예고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좀 더 탄탄한 결말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중반 초입까지 그럴 듯한 이야기는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큰 변수 없이 김래원과 박신혜를 보는 재미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닥터스>는 종영되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결말 속에서 빛났던 김래원과 박신혜는 여전히 존재감 강한 배우들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증명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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