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회적 관리 필요, 핵심은 규제 기준과 원칙

거대 포털사들은 종종 여러 형태로 인터넷 산업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인터넷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사회·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거대 포털사의 위법적·유해적 행위들에 대한 사회적 관리는 필요하다. 이는 누구나 동의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리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규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포털사 역시 규제 기준과 원칙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하다. 포털사에 대한 규제는 결국 인터넷 전체 기업에 효과를 미치기 때문이다. 거대 포털사에만 선별적으로 적용되는 법적 규제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포털사에 대한 규제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경제적 폐해을 막으면서도 동시에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규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우리 인터넷 산업의 현실 인식은 필수

해외 주요국가의 포털사이트 이용현황을 보면 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구글이나 야후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국의 인터넷기업이 인터넷시장을 주도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뿐이다(네이버 1위, 다음 3위, 싸이월드 7위, 네이트닷컴 8위). 그런데 현재 인터넷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총액을 비교해보면 구글이 약 1조6천억원에 투자하는 데 비해 NHN은 1700억원, 다음 192억원 정도다. 구글은 우리 인터넷 기업에 비해서 9.4배에 달하는 액수를 매년 투자하고 있다. 자산규모를 비교해 볼 때도 구글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크다. 이는 현실적으로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터넷의 산업 양상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현실 인식이 필수이다.

한나라당, 규제 필요한 분야는 완화, 완화 필요한 분야는 과도한 규제

실제로 한나라당 법안들은 인터넷 기업 경쟁력 강화와는 관계가 없다. 산업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측 미디어발전 위원들은 포털사의 규제만을 유독 강제하고 있다. 법안들은 포털사를 언론사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적인 영역이 보장되어야 할 방송과 신문 등에는 규제완화를, 자유의 공간인 인터넷에는 특별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인터넷 규제법안들은 내용규제 중심이다. 사이버 모욕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2008년 사이버경찰청의 ‘2007년 연령별 사이버범죄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범죄 대상자의 절반이상이 10대와 20대 연령층이다. 초중고 학생 등 10대의 비율은 15%이고 20대가 39.2%로,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되면 이들 10~20대를 모두 법으로 처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내용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내용규제는 오히려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규제를 명목으로 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개입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의 공간인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과 훼손 효과를 초래할 것이며, 기업이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서 움직이게 된다면 그 기업은 시장변화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 시장은 하루하루 다르게 발전할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른 산업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산업적 규제, 예를 들면 기존의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포털사의 사회적 폐해를 차단할 수 있고 동시에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인터넷 산업과 인터넷 문화에 타격을 입히는, 어쩌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경제 활성화를 약속하면서도 유독 인터넷 산업에 대해서만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인터넷 산업 현장에서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 중소 인터넷 기업 치명타

특히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직접적으로 중소 인터넷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재정적 기반과 인프라 측면에서 중소 인터넷 기업들이 한나라당의 법안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모니터링의 경우에 현실적으로 완벽한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나라당도 동의하면서도,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니터링 의무화를 주장한다. 동영상의 경우 모니터링 솔루션들이 나와 있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2∼3분 분량의 짧은 UCC라도 일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오는데, 이를 모두 모니터링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2008년에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모니터링 인력으로만 340명(본사 직원은 1000명)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의 경우 기업 전체 인원보다 비정규직 모니터링 요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소수의 대형 포털사를 제외하고 이 규모를 충당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결국 100%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연구개발비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중소 UCC 업체인 엠군미디어 신동헌 사장이 인터넷 규제에 대해 “대형 포털에 초점을 맞춘 각종 기업 규제에 중소 인터넷 벤처들도 눈높이를 맞출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60년대식 규제, 통하지 않을 것

인터넷은 21세기를 만들어가는 생물과 비슷하다. 따라서 굴뚝산업을 쥐고 흔드는 60년대식 규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부규제식 시스템은 인터넷의 변화 속도를 탄력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외국가들이 자율규제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도 인터넷 서비스의 역동적 변화를 중앙집중적 규제틀 안에 수용할 경우 과도한 규제비용과 부작용이 나타나는 한편, 우회 서비스 등으로 인해 실제 규제효과는 낮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을 고려할 때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인터넷실명제’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등 인터넷 규제 법안은 인터넷 산업 활성화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 중소 인터넷 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의 미디어적 특성에 기반한 산업적 가능성과 사회적 요구를 구현하고 동시에 인터넷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법안처럼 정부가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직접 좌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 출처: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정책개발팀(2008), 『IT정책연구 시리즈 제14호: 해외 주요국 인터넷 규제현황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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