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일보는 많이 힘들 터.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나온 표현,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단어마저 쓰지 못하고 있는 한국 대부분의 언론사들. 그것이 진보성향이든 수구성향이든 할 것 없이, 조선일보 앞에서 내리는 꼬리는 길기만 했고, 그 광경은 조선일보가 가지는 한국에서의 ‘권력’을 실감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

▲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스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네티즌들의 집요한 ‘검찰 재수사’요구와 이에 대해 ‘조선일보 방사장’을 지키기 위해 초라하게 반격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꼴을 보면 절로 조선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자들, 특히 사주의 주구 노릇 하다가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대책없이 쫓겨날 기자들이, 불쌍하다는 마음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 있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에게는 조선일보가 강력한 권력을 쥔 언론사처럼 보이지만, 양심적인 시민들에게는 조선일보가 단지 폐간되어야 할 신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조선일보 처지가 ‘불쌍타’하면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몰매 맞을 일이지만, 불쌍한 것을 불쌍타한 것이니 용서 바란다. 하지만 더 불쌍한 것은 조선일보가 진짜 망할 수 있는 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나경원 의원이 일괄 발의한 ‘언론관계법’의 핵심 중 핵심은 조중동 등 일간지가 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는 소위 ‘조중동방송’과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는 소위 ‘재벌TV' 허용이다.

그래서 연말연시 내내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이 속해 있는 ‘미디어행동’은 치열하게 이를 저지하는 싸움을 벌였고, 특히 언론노조는 두 차례의 파업투쟁으로 결연히 맞섰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디어행동과 함께 투쟁의 대오를 다졌고, 한나라당은 결국 ‘사회의 논의기구’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

지금 ‘미디어국민위’는 조중동 등 일간지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소유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고, 5월1일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선일보가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무너질 만큼 무너졌고, 작은 매체들, 그것이 일간지든 주간지든 인터넷매체든, 줄줄이 도산의 위기 속에 빠져 있다. 또한 광고를 주재원으로 하는 케이블TV IPTV 등 달려있는 수십 수백 개의 채널들이 서로의 살점을 떼먹고 있으나 그 생명 연장의 꿈은 멀기만 한 실정.

최소 1조원 이상의 자본을 비축해 두고 5년 정도를 끊임없이 적자행진을 계속해야 뭔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 조선일보가 외국의 미디어그룹 및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들어와 봐야 경영권을 쥘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쥐었다고 해도 ‘필패·필망’만 기다리고 있다. 더 어려운 것은 국내 대기업 중 조선일보와 손잡으려고 하는 기업이 없다는 것. 혹여 정권이 바뀌면 조선일보에 대한 보복이 그대로 조선일보와 손 잡은 기업에게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이 어디에서 나오든, 지금의 이명박 정부처럼 ‘정치적 보은과 보복’을 확실히 한다면.

하지만 중앙일보는 전혀 다르다. 삼성그룹과 더불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동생들의 소유인 보광그룹 등이 뒤를 밀어주고 있고,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통해서 삼성그룹이나 보광그룹 또는 신세계그룹이나 CJ그룹 등 범 삼성가를 위한 우호적인 사회적 여론 형성이라는 그 필요성이 조선일보와 비교했을 때 뚜렷하다. 한국의 핵심광고주들이 중앙일보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조선일보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조선일보가 설령 종편채널을 ‘불하’받는다 해도 운영능력이 사실상 없고, 더 치명적인 것은 그나마 있던 자본마저 까먹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선전도구로써 이용만 당하고 결국 중앙일보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다.

조선일보가 종편채널을 소유한다고 해도, 범 삼성가처럼 챙겨줘야 할 특수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없다는 것은,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기업이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종편을 소유해서 얻는 직접적인 이해는 조선일보 내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것뿐일 터인데….

이 상황인식은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조선일보는 종편을 소유한다면 망할 가능성이 높고, 소유하지 않으면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라는 타이틀을 종편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은 중앙일보에 넘겨줘야 하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 1등신문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조선일보가 잘 알 터.

그래서 조선일보는 오늘도 괴로운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을 지지하면 할수록 조선일보는 수렁 깊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더 ‘불쌍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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